“野 비협조” 압박… 민주는 무반응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형법 98조(간첩법) 개정 필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경제 우클릭’ 행보 속 인공지능(AI)·반도체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자 국민의힘이 산업기술 보호를 위한 간첩법 개정에 협조하라고 야당에 촉구하면서다. 국민의힘은 잠재적인 대선 주자와 당 지도부가 직접 간첩법 개정에 나서라고 야당을 압박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상속·증여세법에 더해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하는 간첩법 개정안도 즉각 처리하기 바란다”고 이 대표에게 촉구했다. 닷새 뒤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간첩법 개정은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당연한 입법”이라며 “‘이재명 세력’의 비협조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꽁꽁 묶여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간첩법 개정의 핵심은 처벌 대상을 ‘적국 간첩’에서 ‘외국 간첩’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적국’은 사실상 북한뿐이므로 그 외 어느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해도 현행 간첩법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등 주요국들은 간첩 처벌 대상을 ‘적국’에 한정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이러한 법망 미비를 해소하기 위해 간첩법 개정을 당론으로 추진한 끝에 헌정사상 처음으로 이 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법사위 1소위를 통과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당시 법안이 1소위를 통과한 것만 해도 기적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야당은 간첩법 개정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기류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간첩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당내 의제가 많아 안건으로 다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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