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무차별 관세, 소비자 부담 가중”
美 상공회의소 “결국 공급망만 혼란”
상원 원내대표 “모든 방법 동원 저지”
“韓세탁기 관세, 美에 부메랑” 분석도
백악관, 비판론 일자 韓기업들 언급
“현대차 등 美 제조 확대… 경제 강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가장 가까운 교역국인 멕시코와 캐나다부터 겨냥해 고율 관세를 밀어붙이자 미국 내부의 저항도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간의 고통’이 있을 수 있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약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각계에서 터져나오는 것이다. 관세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되며 미국의 생산 감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관세, 멕시코를 겨냥하지만 우리 자신을 치다’라는 제목의 내부 필진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적인 관세는 이미 몇 년 동안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어온 소비자들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꼬집었다. 관세가 신중하게 적용되면 미국의 신흥 산업이나 전략 산업을 보호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일반 소비자 부담은 오히려 커진다는 뜻이다.
관세에 대한 비판 여론은 각계에서 나온다. 먼저 기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미 상공회의소는 존 머피 수석부회장 명의로 낸 성명에서 “대통령이 국경 문제와 펜타닐 문제와 같은 주요 문제에 집중하는 것은 옳지만, IEEPA(국제긴급경제권한법)하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며 “(관세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미국 가계의 가격 부담을 올리고 공급망을 혼란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인 척 슈머 뉴욕주 상원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입법적 차원에서 이번 관세가 시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 일각에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정통 보수주의자인 공화당 소속 랜드 폴 켄터키 상원의원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관세는 단순히 세금일 뿐”이라며 “보수주의자들은 새로운 세금에 반대하여 단결했다. 무역에 세금을 부과하면 무역이 줄어들고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공식 지지 선언은 하지 않았으나 이번 대선에서 다수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철강노조(USW) 역시 꾸준히 관세 부과를 반대해왔다. USW는 트럼프 대통령이 1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성명을 내고 “매년 약 1조3000억달러(약 1908조원) 상당의 제품이 캐나다, 미국 국경을 지나 140만개의 미국 일자리와 230만개의 캐나다 일자리를 지원한다”며 “이러한 관세는 캐나다에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 국경 양쪽의 산업 안정성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지지 기반인 미국석유화학업계연합(AFPM) 역시 “미국 정유업체들은 소비자들이 매일 사용하는 저렴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데 의존하고 있다”며 “북미 이웃 국가들과 신속히 해결책을 마련해 소비자들이 그 영향을 느끼기 전에 원유, 정제 및 석유화학 제품이 관세 일정에서 제외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앞서 워싱턴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지난달 발간한 미국의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의 영향을 자체 분석모델로 예측한 보고서에서 “이러한 관세 조치는 해당 국가들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에도 피해를 줄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 2기 동안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관세가 없었을 경우보다 약 2000억달러(294조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 수치도 과소평가된 것이라며 미국, 멕시코, 캐나다 경제의 상호의존성 때문에 실제 피해는 더 클 수 있다고 추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통해 미국 산업을 지킨 사례로 자주 언급하는 1기 행정부 당시 한국산 등 수입 세탁기, 건조기 등에 대한 관세 부과도 결국은 소비자에 대한 부담으로 돌아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BBC방송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제조한 수입 세탁기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자 세탁기 가격은 12%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1대당 평균 86달러(약 13만원)가 오른 것으로 미국 소비자는 세탁기 구입에 전체적으로 연간 15억달러(약 2조2069억원)를 추가 지출해야 했다.
관세 부과 강행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백악관은 또 한 번 한국 기업들을 거론하며 “관세는 미국 경제를 강화하고 임금을 인상하며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이날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는 1월14일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 잠재적인 관세에 대한 최고의 해독제라고 언급하며, 조지아에 새로 건설한 130억달러 규모의 공장을 홍보했다”고 강조했다. 또 현대제철이 미국에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관세를 피하기 위해 멕시코가 아닌 미국에서 가전제품을 제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관세의 정당성을 적극 홍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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