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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법원 담장 넘은 그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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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03 23:09:26 수정 : 2025-02-03 2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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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각으로 건조물침입 혐의로 현행범 체포합니다.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으며 변명의 기회가 있고….”

눈앞에서 17명이 체포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고 있던 지난달 18일 서울서부지법 안에서 벌어진 일이다. 범죄 용의자를 체포할 때 체포 이유와 변호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등 헌법상 권리를 알려주는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경찰의 목소리가 법원 곳곳에서 들렸다.

윤준호 사회부 기자

법원 건물 난입 사태가 벌어지기 전 월담은 두 차례 일어났다. 처음은 오후 5시24분쯤이었다. 중년 남성이 후문 담장을 넘어 침입했다. 이 남성은 경찰에 붙잡히자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빨갱이가 죽든 내가 죽든 끝장을 보겠다. 공산주의에 맞서서 우리 대통령님을 지키고 우리나라를 지키고 우방국들을 지켜야 한다.” 이 남성은 그간 탄핵 반대 집회에서 마주친 이들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놀라운 건 그다음이었다. 오후 6시20분쯤, 해가 떨어져 법원 내부는 어두컴컴했다. 이 틈을 타 16명이 법원 담을 넘었다.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월담자에 경찰은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다. 도망 다니는 월담자와 이들을 잡으려는 경찰, 이 장면을 기록하려는 기자들이 법원에서 뒤섞였다. 10여분간 추격전 끝에 경내가 정리됐다. 경찰은 붙잡은 16명을 한곳에 앉히고 다시 도망치지 못하도록 ‘인간 띠’를 만들어 빙 둘러섰다.

16명은 앞서 붙잡힌 중년 남성과 달랐다. 하나같이 앳된 얼굴이었다. 막 성인이 된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기존 탄핵 반대 집회에선 드러나지 않은 이들은 경찰에 붙잡히면서 ‘대통령을 석방하라’고 소리치지도 않았다. 법원 건물 난입 사태까지 포함해 이번 일로 체포된 현행범 51%가 20·30대 청년이었다.

‘서부지법 난동 사태’ 이후 눈길을 끌기 위해 폭력 행위를 부추기는 일부 극단적 유튜버를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이들의 선동이 사태를 키웠다는 것이다. 필요한 지적이다. 그러나 법원 담장을 넘은 이들의 면면을 보면 다른 의문이 생긴다.

월담자는 크게 세 부류다. 하나는 앞서 ‘어버이 연합’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태극기 부대’로 불리던 중년 이상의 보수파다. 다른 하나는 혼란스러운 정국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유튜버들이다. 이들은 경찰에 붙잡힐 때까지 후원 계좌를 띄워 놓고 생중계를 이어갔다. 과거에도 있던 이들이다.

새롭게 수면 위로 드러난 마지막 부류는 20·30대 청년들이다. 앞에 언급한 두 부류와 달리 이들은 ‘그 세대가 가진 공통된 기억이나 경험’으로도, ‘돈벌이라는 합리적 목적’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유튜버나 극우 정치인들에게 선동됐다고 치부하기도 힘들다. 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서 월담을 모의하기까지 했다.

하버드대는 2021년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사건 이후 난입한 이들을 분석해 보고서를 만들었다. 보고서에서 눈길이 가는 대목은 체포된 사람 약 60%가 파산, 세금 문제, 부채 등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가 기존 정치 체제를 향한 불신을 만들었다고 풀이했다. 결국 의사당 난입 사태는 누적된 사회적 경제적 문제의 발로였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분석이 필요하다. 법원 담장을 넘은 ‘20·30대 청년’들이 누구인지, 왜 그런 일을 벌였는지 알아야 제2의 법원 난동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윤준호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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