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단속 실적 홍보하며 공개
일각 “혐의 없어도 무차별적 단속”
한국인 불법체류자 14만여명 추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미 정부가 대대적인 불법이민 단속에 나선 가운데 한국인 체포 소식이 전해졌다. 범죄 처벌을 받은 경력이 있는 불법체류자는 물론 범죄 사실이 없으나 체류 신분이 불확실한 한인들도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불법이민 단속 실적을 홍보하면서 한국 국적자 체포 사실을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서 체포한 불법 체류 외국인을 쿠바 관타나모에 수용키로 결정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용감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은 미국 전역의 지역사회에서 불법 체류 범죄자들을 계속 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살인미수, 아동 포르노 소지 혐의 등으로 유죄를 받은 멕시코 국적자 등을 언급하면서 “1월 28일 애틀랜타의 ICE는 노골적으로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묘사한 자료를 소지한 것 등의 혐의로 유죄를 받은 한국 시민을 체포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도 해당 사실을 게시했는데, 체포된 한국 국적자는 아동 포르노 소지 혐의로 징역 5년 및 보호관찰 20년형을 받은 임모씨로 나타났다. 임씨의 구체적인 체류 상황이나 체포 경위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 불법 이민자에 대한 사상 최대의 추방 작전을 공약했고, 불법 체류 범죄자를 우선적으로 조치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 직후 미국 남부 국경을 비롯해 전역에서 불법 이민자에 대한 연방 차원의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ICE와 협력 기관은 지난달 30일까지 불법 이민자 단속으로 총 7412명을 체포했고 5956명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체류 범죄자 단속 조치에 대해 혐의가 없는 일반 불법체류자까지 무차별적으로 기습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가수인 셀레나 고메즈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체류 범죄자 단속을 비판하면서 오열하는 영상을 올렸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체류 단속 강화에 따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뉴저지, 텍사스, 조지아 등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신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 체포된 한국인은 중범죄자이지만, 범죄 전과가 없더라도 합법적인 체류 자격이 없는 한인들은 단속·추방 대상이 될 수 있다.
신분을 숨길 수밖에 없는 이들의 특성상 제대로 된 통계는 없지만, 관련 단체들은 전체 인구 대비 출신지 비율을 대입하는 방식으로 미 전체 서류 미비(Undocumented) 이민자 약 1100만명 가운데 한국인이 1.3∼1.4% 수준인 14만∼15만명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어렸을 때 합법적으로 입양됐으나, 양부모가 국적 신청 등의 절차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아 시민권을 부여받지 못한 한인 입양인 2만여명도 불안에 떨고 있다고 한인단체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밖에 부모를 따라 미국에 왔다가 함께 불법 체류 신분이 된 이민 1.5세대 한인들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시행된 ‘불법 체류 청년 추방 유예’(DACA) 제도로 합법적인 신분을 얻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1기 행정부 때처럼 이 제도를 폐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불안해하고 있다. 영주권을 따서 오랫동안 미국에 거주해온 한인 중에도 일부 범법 기록이 있는 경우에는 혹시나 단속 대상이 될까 봐 불안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아시아계 이민자 지원 단체인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 관계자는 “DACA의 경우 법적으로 추방에서 보호되고 취업이 허가되는 신분이긴 하지만, 텍사스주 등이 제기한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트럼프 정부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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