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2기 출범 부정적 영향
국내 탄핵정국 등 정치상황 ‘악재’
경제학 교수들 성장률 1.6% 전망
OECD 2.1%·IMF 2.0%보다 낮아
64%는 “상당기간 성장 정체될 것”
1월 수출 2024년 동월比 10.3% 감소
10명중 9명 “구조개혁 등 필요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관세 전쟁에 따른 수출 타격 가능성과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불확실성 확대, 소비 부진 등의 대내외 악재가 겹겹이 겹친 탓에 경제학자들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정부 전망보다 낮게 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2.04%(한국은행 잠정)로 심리적 성장 마지노선인 2%에 겨우 턱걸이를 했지만, 올해는 이를 한참 하회하는 1.6%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향후 한국의 경제 성장이 상당 기간 정체될 것으로 진단하면서 기업 규제 개선 등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일 이 같은 내용의 ‘최근 경제 상황과 주요 현안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경총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6∼17일 전국 대학 경제학과 교수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평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6%였다. 이들 중 58%는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기획재정부 전망치인 1.8%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1.8%보다 높을 것이라는 응답은 26%, 1.8%라는 응답은 16%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외 주요기관의 전망치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앞서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1.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1%, 국제통화기금(IMF)은 2.0%라고 예상했다.
향후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선 절반을 상회하는 64%가 ‘상당 기간 성장이 정체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35%는 ‘일정 기간 하락 후 완만한 회복세’를 전망했고, ‘향후 반등해 가파른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응답은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미칠 영향에 대해선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83%로 대다수였다. 이들은 “미국 보호무역 강화 등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 갈등에 따른 반사이익, 한·미 협력 강화 등 긍정적 영향이 더 크다는 응답은 8%에 그쳤다.

탄핵 정국과 여야 대립 등 최근의 정치 혼란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한 명도 없었고, ‘단기는 물론 중장기적으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40%였다. 다만 단기적으론 부정적이나 중장기적으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도 57%에 달했다.
지난해 12월까지 15개월간 이어왔던 ‘수출 플러스’ 흐름이 지난달 꺾인 것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0.3% 감소한 491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예년보다 이른 설 연휴로 조업일수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뒤따랐지만, 이날 당장 트럼프발 글로벌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정부와 수출 기업들은 2월 이후로도 상당 기간 심각한 수출 감소 위기를 헤쳐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학자들 10명 중 9명은 위기 상황 극복 방안으로 △산업 구조개혁 촉진 △노동시장 선진화 △기업 규제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론 65%가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법인세 현 최고세율(24%)을 더 낮추고, 76%는 기업 영속성 확보를 위해 상속세 최고세율(60%, 최대 주주 주식 할증 포함)을 낮추거나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긴축재정(7%)보단 적극적인 재정 정책(21%)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많았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자국 우선의 냉혹한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생존하고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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