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아’ 4번째 솔로무비…‘혈청 없는’ 새 캡틴
82세 해리슨 포드 ‘레드 헐크’ 놓고 관심 폭발
‘캡틴 아메리카:브레이브 뉴 월드’(감독 줄리어스 오나·12일 개봉)가 온다. ‘퍼스트 어벤저‘(2011),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2014),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2016)에 이은 캡틴 아메리카 솔로무비 시리즈의 4번째 작품이자,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페이즈5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마블 스튜디오 신작들은 대중의 기대와 애정을 수차례 배반했다. ‘이터널스‘(2021),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2023) ‘더 마블스’(2023) 등은 손익분기점을 가까스로 넘겼거나 넘기는 데 실패할 만큼 흥행 부진에 시달렸다.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과 스티브 로저스의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등 ‘원년멤버’ 수퍼히어로들의 장대한 고별을 다룬 ‘어벤져스:엔드게임’(2019)이 전세계 박스오피스 역대 2위 기록을 세울 만큼 눈부신 성공을 거둔 이후, 마블은 극장과 디즈니플러스를 연계해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공급했다. 문제는 이러한 물량공세에 팬들의 피로도가 높아졌고, 이탈마저 가속화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시점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후계자가 찾아온다. 캡틴 아메리카는 단순히 MCU의 수많은 캐릭터 중 하나가 아니다. 캡틴이 추구하는 자유에 대한 신념과 애국심, 희생정신과 투지는 그가 한 명의 히어로 이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비브라늄 방패를 휘두르며 사실상 마블 최강의 파워를 자랑하던 스티브 로저스는 세계관의 리더 역할을 겸해왔다. 새로운 캡틴의 성취가 마블의 다음 페이즈 성패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新 캡틴 아메리카, 방패의 무게 감당할까
‘브레이브 뉴 월드‘는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와 함께 귀환한다. 새 얼굴이지만, 완전히 새롭지는 않다. 전편 ‘윈터 솔져’에서부터 어벤져스의 히어로 ‘팔콘’으로 사랑받아온 샘 윌슨(앤서니 마키)이 영화를 이끄는 캡틴이 됐기 때문이다.
미 공군 특수부대 출신인 샘 윌슨은 초대 캡틴 스티브 로저스로부터 방패를 물려받았다. 정통 후계자인 셈이다. 그는 최초의 흑인 캡틴 아메리카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스티브 로저스와 샘 윌슨 사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샘은 혈청을 맞지도, 초능력을 타고나지도 않았다. 스티브 로저스가 수퍼 솔저 혈청을 맞고 재생과 치유력 등 초인간적 신체능력을 갖게된 것과 달리, 평범한 인간의 아들인 샘은 압도적 무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두 캡틴이 빌런과 맞서는 방식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 관건은 샘 윌슨이 캡틴 아메리카로 진화하는 과정이 얼마나 설득력 있을지, 스티브 로저스와 대별되는 그의 히어로 면모가 얼마나 매력적일지에 달렸다. ‘와칸다’의 장인들이 만든 수트를 입고 거대한 날개를 펼친 그의 모습을 보며 팬들은 기대를 걸고 있다.

◆‘레드 헐크’ 해리슨 포드, 노익장 과시할까
이번 작품은 82세 대배우 해리슨 포드의 마블 데뷔작이기도 하다. 포드는 2022년 별세한 배우 윌리엄 허트를 대신해 ‘썬더볼트’라는 별명을 가진 로스 장군 역을 맡았다. 미합중국 대통령이 된 로스의 요청으로 어벤져스 재건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은 샘 윌슨이 사악한 세력의 음모를 파헤쳐 나가는 게 극의 골자다.
캡틴이 ‘레드 헐크’로 변한 로스 대통령과 대적하는 강렬한 액션씬도 예고됐다. 방패를 든 샘과 레드 헐크의 대결 장면은 압도적인 긴장감을 선사하며 기대를 모은다. 괴력을 지닌 레드 헐크는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기존 마블 세계관 속 초록 ‘헐크’보다 어두운 면모와 지략을 지닌 캐릭터로 등장한다.
외신에 따르면 이 영화는 촬영 종료 후 대규모 재촬영을 했으며, 총 1억8000만달러(약 26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제작비 만큼이나 압도적인 액션으로 히어로물이 줄 수 있는 최대의 즐거움을 관객에게 선사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아다만티움과 ‘멋진 신세계’, 어떤 의미 담을까
영화는 아다만티움이라는 희소한 자원을 둘러싸고 빚어지는 국제적 갈등과 이에 맞서 싸우는 샘 윌슨의 여정을 배경으로 한다. MCU 세계관 속 가장 단단한 금속 가운데 하나인 아다만티움은 ‘울버린’ 캐릭터 손 안에 이식된 클로의 원료로도 잘 알려져있는데, 아다만티움 채굴을 둘러싼 각국의 탐욕이 세계를 위협한다는 설정이다.
한편 영화가 부제로 택한 ‘브레이브 뉴 월드’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1932) 속 미래사회 비판과 이번 작품이 연결될 것이라는 암시를 던진다. 이 영화를 제대로 누리고 싶다면, 디즈니플러스 ‘팔콘과 윈터 솔져’ 시리즈를 예습하는 게 좋은 디딤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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