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에서 발생한 여객기와 군용 헬기의 충돌·추락 사고 사망자 가운데 한국계 10대 피겨 유망주 2명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CBS 등 외신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에는 약 20명의 피겨 스케이팅 선수와 학부모, 코치 등이 탑승해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전체 탑승객(승무원 포함 64명)의 약 3분의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들은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사고기의 출발지였던 캔자스주 위치토시에서 열린 미국 피겨 선수권 대회와 연계해 진행된 전국 유망주 대상 훈련 캠프 참가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이었다.

이중 10대 피겨스케이팅 선수인 지나 한(Jinna Han)과 스펜서 레인(Spencer Lane)은 한국계로 파악됐다. 지나 한은 노비스(만 14세 미만)에서 경쟁하던 유망주였다. 그는 지난해 11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지역 대표 선발전 격으로 열린 2025 US 이스턴 섹셔널스에서 22명 중 4위를 기록했다. 크랜베리컵 인터내셔널에서는 5위에 올랐다. 지난해 눈에 띄게 기량이 발전한 지나 한은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에서 블랜처드 상을 받았다.
스펜서 레인은 어릴적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로드아일랜드주 지역 언론인 WPRI-TV는 보도했다. 레인은 2025 US 이스턴 섹셔널스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지나 한이 소속된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의 더그 제그히베 최고경영자(CEO)는 “지나는 훌륭한 아이였고 훌륭한 선수이자 훌륭한 경쟁자로서 모두에게 사랑받았다”며 “스펜서는 정말 엄청난 재능이 있었고 스케이트를 오래 탔으며 실력도 급상승했던 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피겨계는 이번 훈련 캠프에 참가한 모든 선수를 스포츠의 미래로 보고 있었다”며 이들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두 선수는 각자 모친과 함께 사고기에 타고 있었다. 또 1994년 세계 피겨 선수권 대회 챔피언 출신으로 두 선수의 코치인 예브게니아 슈슈코바와 바딤 나우모프 부부(러시아)도 같은 여객기에 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고로 피겨스케이팅 선수와 지도자를 잃은 빙상계는 비통에 잠겼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이날 “ISU와 전 세계 스케이팅 커뮤니티는 지난 밤 워싱턴DC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고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며 “피겨스케이팅 선수들과 그들의 가족, 친구, 코치가 탑승한 걸로 파악돼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비극에 연관된 모든 이들과 함께 애도하고 있다”며 “우리는 미국 피겨계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매우 힘겨운 시기에 유가족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재열 ISU 회장도 “오늘 피겨계는 비통에 빠졌다”며 “이 끔찍한 사고로 목숨을 잃은 모든 분의 가족과 친구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추모했다. 이어 “많은 피겨 구성원을 이렇게 잃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슬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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