숄츠 “극우파와의 협력은 용서 못할 실수”
독일의 보수 성향 제1야당이 극우 정당과 손잡고 의회에서 이민 정책 강화 결의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그간 여당인 사회민주당(SPD)의 지지율 추락으로 궁지에 몰렸던 올라프 숄츠 총리가 막판에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독일은 오는 2월23일 조기 총선거 실시를 앞두고 있다.

30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독일 유력 일간지 빌트(Bild)가 여론조사 기관 인사(INSA)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이날 공개됐다. 독일 시민 1001명을 대상으로 하루 동안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SPD의 지지율은 전보다 1.5% 포인트 상승한 17%로 나타났다. 반면 제1야당인 기독민주당(CDU)의 지지율은 기존 30%에서 1% 포인트 하락한 29%에 그쳤다.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22%로 여전히 CDU에 이어 2위를 달렸고, SPD와 연립정부를 구성 중인 녹색당은 전보다 0.5% 포인트 오른 13%를 기록했다.
일단 연립여당인 SPD와 녹색당의 지지율이 동반 상승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지난 29일 독일 하원이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민 정책 강화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INSA는 분석했다. CDU가 AfD와 연대한 것을 두고 독일 정계에선 ‘정통 보수 세력인 CDU가 원칙을 내던지고 극우 세력인 AfD와 손을 잡았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그간 독일의 원내 정당들은 ‘AfD와는 절대 협력하지 않는다’는 암묵적 원칙을 지켜왔다. AfD는 독일 제일주의와 그에 입각한 반(反)이민 정책을 내세워 ‘나치의 후예’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CDU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는 CDU가 오랫동안 이민 정책 강화를 줄기차게 요구해 온 점을 강조하며 AfD의 도움을 받은 것은 “최후의 수단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표결이 AfD가 (법안 통과에) 필요한 다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한 첫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밝혀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AfD와 공조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반면 숄츠 총리는 CDU가 AfD와 협력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실수”라고 맹비난했다.
이번에 CDU와 AfD가 힘을 합쳐 통과시킨 이민 정책 강화 결의안은 ‘불법 이민 제한을 위한 5개 항목 계획’으로 불린다. 구체적으로 전면적·상시적 국경 통제, 불법 이민자 추방, 유효한 서류가 없는 이민자의 입국 금지 등 내용이 담겨 있다. 독일은 최근 중동 등에서 온 이민자가 저지르는 흉악 범죄가 잇따르며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불법체류자 추방론이 확산하는 중이다. 차기 총선에서 SPD한테 이겨 정권교체를 하길 원하는 CDU는 가장 앞장서서 이민 정책 강화를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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