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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개막 14연승을 너희가 깼으니, 너희의 13연승은 우리가 깬다”...피치-김연경 앞세운 흥국생명의 짜릿한 ‘복수전’, 정관장의 질주 멈춰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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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30 18:52:02 수정 : 2025-01-30 18: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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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은 지난해 10월19일 현대건설과의 개막전 3-1 승리 이후 두 달 가까이 패배를 잊고 달렸다. 개막 연승은 쌓이고 쌓여 ‘14’까지 늘어나며 현대건설이 두 차례(2021~2022시즌, 2022~2023시즌) 작성한 역대 여자부 최다연승 기록인 15연승에 단 1승을 남겨뒀다. 그러나 지난해 12월17일 인천 홈에서 정관장을 만나 1-3으로 패하면서 개막 후 무적행진은 막을 내렸다.

 

흥국생명의 연승 후유증은 컸다. 정관장전에서 외국인 선수 투트쿠가 왼쪽 무릎 힘줄 파열로 이탈하고, 주축 선수들의 체력 저하까지 겹치면서 순식간에 3연패를 당했다. 지난 7일 시작된 후반기에서도 7위 GS칼텍스와 당시 6위였던 도로공사에게 연이어 2-3으로 패하면서 선두 수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흥국생명이 비틀거리는 사이 정관장의 질주가 시작됐다. 2라운드 후반부터 패배를 잊고 달렸고, 3라운드 6전 전승을 거쳐 지난 26일 페퍼저축은행전 3-1 승리까지 파죽의 13연승을 달렸다. 2008~2009시즌에 작성했던 구단 역대 최다연승 기록(8연승)을 훌쩍 뛰어넘은 정관장은 시즌 초반 4연패의 부진의 여파를 딛고 어느덧 선두권 싸움에 참전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정관장의 신바람은 설 연휴 마지막 날 멈춰 섰다. 정관장의 연승 행진을 끊은 상대는 공교롭게도 자신들이 힘으로 개막 연승 행진을 멈춰 세웠던 흥국생명이었다. 흥국생명으로선 ‘복수’에 제대로 성공한 셈이다.

 

흥국생명은 3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정관장과의 원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25-21 26-28 15-25 25-15 15-9)로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뒀다. 4연승을 달리며 승점 2를 추가해 승점 55(19승5패)가 된 흥국생명은 2위 현대건설(승점 50, 16승8패), 3위 정관장(승점 47, 17승7패)과의 격차를 벌리며 선두 자리를 한층 더 공고히 했다.

 

이날 흥국생명 승리의 원동력은 블로킹에서 16-7로 크게 앞섰던 덕분이다. 그 중심엔 혼자서 블로킹 6개를 막아낸 아시아쿼터 미들 블로커 피치(뉴질랜드)가 있었다. 토종 미들 블로커들에게선 좀처럼 볼 수 없는 큰 보폭으로 오른쪽 측면으로 뛰어올라 전광석화 같이 때려내는 피치의 외발 이동 공격은 알고도 못 막는 수준이었다. 이날 피치의 외발 이동 공격 성공률은 무려 68.42%(13/19)에 달했다. 전위 세 자리만 소화하는 미들 블로커임에도 피치는 외발 이동 공격과 블로킹을 앞세워 팀내 최다인 22점(공격 성공률 58.33%)을 몰아치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배구여제’ 김연경(18점, 44.44%)과 정윤주(17점, 41.38%)도 왼쪽 측면에서 화력을 보탰다.

 

반면 정관장이 자랑하는 ‘쌍포’ 메가(인도네시아)와 부키리치(세르비아)는 각각 31점, 18점을 몰아쳤지만, 흥국생명의 높은 블로킹벽과 잦은 범실로 스스로 무너졌다. 메가는 블로킹을 9개나 당했고, 9개의 범실을 저질렀다. 부키리치도 상대 블로커들에게 6번이나 공격이 차단당했고, 12개의 범실로 거저로 상대에게 점수를 헌납했다. 이날 흥국생명 전체가 저지른 범실이 18개인데, 정관장은 두 선수만 합쳐 21개의 범실을 저질렀다. 정관장이 자랑하는 무기가 이날은 자신들의 코트를 조준하는 독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이날 정관장이 저지른 총 범실은 31개. 상대보다 13점을 거저 내줬으니 스스로 자멸한 셈이다. 

 

1~4세트까지 일진일퇴 공방전을 거듭한 두 팀은 5세트에서 승자를 정했다. 4세트를 쉽게 잡고 승부를 5세트로 끌고온 흥국생명이 초반부터 기세를 제대로 탔다. 김수지의 서브 에이스로 선취점을 딴 흥국생명은 정윤주가 메가의 백어택을, 피치가 부키리치의 시간차를 가로막아내며 3-0으로 달아나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후 ‘피치 타임’이 시작됐다. 4-1에서 이동 공격을 성공시킨 뒤 5-2에서 또 한 번 한 발로 날아올라 정관장 코트를 폭격했다.

 

정관장도 5세트 중반 부키리치의 공격으로 7-10까지 따라붙었지만, 부키리치의 2연속 범실, 메가의 범실로 8-13으로 점수차가 벌어졌다. 흥국생명은 정윤주의 퀵오픈으로 14-9 매치포인트에 도달한 뒤 메가의 강타를 받아낸 김연경의 디그가 곧바로 네트를 넘어가 정관장 코트에 떨어지면서 2시간13분의 길었던 승부가 끝났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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