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잡음이 일었던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서비스가 3월부터 정상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기존 사업자인 비즈플레이와 신규 사업자인 한국조폐공사 간 갈등이 봉합 국면에 접어들면서 시스템 구축에 속도가 붙게 됐다.
16일 소상공인진흥공단(소진공)에 따르면 비즈플레이는 다음달 14일까지 한국조폐공사에 상품권 관련 데이터 이관을 마치기로 했다.

앞서 조폐공사는 지난해 8월 소진공이 발주한 ‘온누리상품권 통합 운영사업자’로 선정됐다. 통합플랫폼은 지류형, 카드형, 모바일형 등 별도 플랫폼 운영에 따른 수수료와 행정비용을 절감하고 결제 편의성과 소비자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추진한다. 그동안 지류형 사업자는 조폐공사, 카드형은 KT, 모바일형은 비즈플레이가 각각 운영했다. 중기부는 소상공인진흥공단에 통합플랫폼 운영을 발주했다. 2026년 말까지 2년간 총 557억7000만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조폐공사는 당초 올 1월1일부터 2026년 12월31일까지 온누리상품권 통합플랫폼 운영권을 획득했다. 그러나 비즈플레이와 갈등이 불거지면서 통합플랫폼 오픈은 3월1일로 미뤄졌다. 2개월간 운영은 기존 사업자인 비즈플레이(모바일 온누리상품권)와 KT(카드형 온누리상품권)가 맡는다.
조폐공사는 통합플랫폼 운영이 2개월 미뤄진 요인이 비즈플레이의 비협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우진구 조폐공사 홍보실장은 “온누리상품권 통합플랫폼 서비스를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자로부터 데이터 이관 협조가 필수적이다. 경쟁입찰 공고에도 이 같은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우 실장은 이어 “기존사업자의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기존 비즈플레이 플랫폼을 사용하던 고객들은 3월1일부터 조폐공사가 개발한 새로운 플랫폼에 다시 가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카드형 사업자였던 KT는 통합운영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 이관을 마쳤다.
비즈플레이 입장은 다르다. 조폐공사가 비즈플레이의 온누리상품권 소비자 데이터 뿐 아니라 시스템 설계도(ERD)를 요구하면서 정보보안확약서 제공을 거부한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반박했다.
정광련 비즈플레이 부사장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ERD는 비즈플레이의 핵심 기술 자산으로, 외부로 유출될 경우 기술 탈취 위험이 커진다”며 “조폐공사가 통합플랫폼 운영을 하도급사에 맡긴다는 정보가 있었고, 다른 중소기업에 흘러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정보보안확약서를 요청했지만 조폐공사가 이에 응하지 않아 속도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즈플레이 측은 그러면서 조폐공사가 기술력이나 통합플랫폼 운영 능력이 부족하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폐공사 관계자는 “통합플랫폼은 조폐공사가 직접 운영·관리하며 하도급에 준다는 정보는 낭설”이라고 해명한 뒤 “이미 82개 지자체에서 발주받아 지역사랑상품권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어 운영 역량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양측이 잇따라 기자회견을 하고 반박 입장문을 내는 등 ‘여론전’을 벌이며 날선 대립각을 세웠지만 비즈플레이 측의 요구사항인 정보보안확약서를 조폐공사가 제공하면서 갈등 4개월 만에 통합플랫폼 운영은 정상궤도에 오르게 됐다.
소진공에 따르면 조폐공사는 이달 초까지 3회에 걸쳐 비즈플레이에 정보보안확약서를 제공했고, 비즈플레이는 다음달 14일까지 소진공·조폐공사에 데이터 이관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소진공의 소극적 중재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8월 사업자가 정해진 후 4개월 넘게 신·구 사업자 간 데이터 이관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는데도 이렇다 할 해법을 제시하거나 조정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이주영 소진공 상품권사업실장은 “신·구사업자 갈등으로 소상공인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봉합에 나서고 있다”며 “설 명절 할인혜택 정책은 물론 3월 오픈도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