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두고 일부 농산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정부가 비상이 걸렸다. 소비자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설 차례상을 차리는 데 평균 3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년 전보다 3.4% 늘어난 수준이다.
정부는 설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축수산물 공급을 역대급으로 늘리고, 가격이 크게 오른 품목에 대해 할인 판매를 지원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설 연휴 3주 전인 지난 7∼8일 기준 설 제수 평균 구입 비용(4인 기준) 30만2418원으로 집계됐다.
유통채널별로는 전통시장(24만1450원), 일반 슈퍼마켓(25만6223원), 기업형 슈퍼마켓(30만6445원), 대형마트(31만5499원), 백화점(45만4356원) 등 순이다. 백화점을 제외하면 평균 비용은 약 28만원으로 낮아진다.
품목별로는 시금치 값이 24.3%로 가장 높고 배 18.1%, 쇠고기(산적용·일반육) 16.4%, 대추 14.8%, 돼지고기(수육용·목삼겹) 14.0% 등도 크게 올랐다. 시금치와 배는 모두 생산량 감소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계란값도 한 판에 평균 7637원으로 작년보다 8.6% 올랐다.
작년 대비 가격이 하락한 제품은 단감(-28.4%), 곶감(-16.2%), 숙주(-13.1%), 삶은 고사리(-10.8%), 사과(-7.2%) 등으로 나타났다.단감과 사과 가격은 작년보다 수급이 안정되면서 내렸다.
특히 작황이 좋지 않은 배의 경우 작년보다 높은 가격대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설 3주 전 가격도 1년 전보다 18% 이상 오른 상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기온 이상 등으로 배 작황이 특히 좋지 않아 올해 설에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근 배추와 무 가격도 심상치 않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배추 상품 1포기의 소매가격은 4809원으로 전년보다 52%나 상승했다. 평년과 비교해도 28.1% 오른 수준이다. 무 가격도 3191원으로 전년 기준 76%, 평년 기준 52% 올랐다.
정부는 배추 가격 안정을 위해 김치협회, 유통 도매법인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10일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찾아 (사)대한민국김치협회, 가락시장 도매법인인 대아청과(주)와 MOU를 체결했다.
MOU를 통해 정부는 시장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가 요구하는 배추 물량을 출하하는 데 대한 보관료를 지원하고, 참여 업체에는 봄 배추 확보를 돕는다.
박 차관은 “농산물 수급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와 농업인의 적정 재배면적 확보, 철저한 생육관리와 더불어 도매유통 과정에서 적절한 수요 분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설을 앞두고 물가를 잡기 위해 공급을 대폭 확대한다. 이달 7일부터 27일까지 설 성수품 일일 공급량을 평시보다 1.6배 수준인 16만8000t 공급한다. 할인지원도 역대 최대 수준인 600억원을 투입한다.
박 차관은 “농산물 수급 안정을 통해 국민들이 먹거리 물가에 대한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유통업계에서도 정부와 뜻을 모아 농산물의 안정적인 공급을 통한 민생안정에 함께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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