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재표결 부결되자 독소조항 수정
수사 인력 155명·기간 150일로 단축
‘외환 범죄’는 수사범위에 추가 포함
“北 공격 유도해 무력충돌 시도 혐의”
與 “두려움 때문에 野와 협상 안 해
헌법정신·국가 미래만 생각할 것”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 6당이 9일 재발의한 ‘12·3 내란 일반특검법’은 국민의힘이 주장해 온 일부 독소조항이 제외된 대신 수사범위는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여당의 일부 조항 제거 요구는 수용하면서도 수사대상인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보다 위협적인 법안으로 분석된다. 야권은 “여당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 산하에 검찰청을 새로 만드는 꼴”이라며 수용 불가 방침을 못 박았다.
◆후보 추천권은 ‘양보’
야권은 새 특검법안에서 여당이 주장해 온 독소조항을 걷어냈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특검 후보자 2명 추천권을 제3자인 대법원장에게 부여하도록 했다. 야권은 윤 대통령이 임명한 조희대 대법원장의 특검 후보 추천을 여당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안은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 중 다수당’에 후보 추천권을 부여하고 있었다. 이 조건에 해당하는 정당은 민주당과 혁신당뿐이다. 여당이 여론의 뭇매를 감수하면서도 특검법 반대를 당론으로 유지해 온 이유다.
대통령이 최종 낙점한 특검 후보에 대한 야당의 거부권은 보장하지 않기로 했다. 여당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하는 특검법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에 야권은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위한 특검 후보 추천도 야당인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주도로 이뤄졌던 만큼 여당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적법성을 문제 삼으며 체포영장 집행에도 불응하는 윤 대통령 수사를 더는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야권이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특검 파견 검사와 수사관 등 인력은 기존 205명에서 155명으로 줄였다.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을 포함해 170일에서 150일로 줄였다. 군사비밀 및 공무상 비밀 관련 사항은 압수수색을 허용하되 그 내용을 외부에 공표하진 못하도록 했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내란을 신속하게 진압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하고 신속하게 법을 통과하기 위해서 일부 수정했다”고 말했다.
◆외환 범죄 수사는 ‘추가’
야권은 대신 기존 안에 없던 ‘외환 범죄’를 수사범위에 포함했다. 윤 대통령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파병을 추진하고 북한에 무인기를 침투시킨 정황 등이 드러나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야권은 “북한의 공격 유도 등을 통해서 전쟁 또는 무력 충돌을 유도하거나 야기하려고 한 혐의”라고 설명했다. 수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발견될 경우 수사대상에 포함하는 내용도 새 특검법안에 담겼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수사범위는 더 광범위하게 하면서도 수사 기간과 수사관은 조금 줄이는 식의 법안을 냈다”며 “주먹구구식 법안”이라고 혹평했다. 또 “수사대상에 이미 결론을 예단하고 있어 특검의 독립성을 침해하며, 납치·고문·발포·외환 유치 등 근거 없는 내용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잔뜩 포함돼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내란행위를 선전·선동했다는 내용까지 (수사대상에) 포함해 언론 기사에 댓글을 단 일반 국민도 민주당 마음대로 수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자체 특검법안으로 맞설 태세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두려움 때문에 (야당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결 법안에서 독소조항을 걷어내는 것 또한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날 내란 특검법과 김 여사 특검법을 당론 폐기한 것을 두고 “오로지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만을 생각한 정부와 여당의 결단”이라며 “실효성 있는 (특검법) 입법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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