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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참전으로 전쟁특수 챙겨
국제정치선 무시 못할 협상대상에
한·미 비핵화 공조 무엇보다 절실
韓 리더십 부재 상황 해소 시급

2025년 우리는 격랑을 맞이하고 있다. 물론 건국 이래 대한민국이 국제정세의 격랑에 휘말리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2025년은 독특하다. 북한은 점차 강해지며, 한·미동맹의 지속성은 도전받고, 국가리더십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이 표류 중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국제사회에서 ‘게임의 룰’이 격변하면서, 생존을 위한 각자도생도 격화할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정권 생존을 넘어 역전의 기회를 노려 왔다. 김정은은 6회의 핵실험 중 무려 4회를 감행했고, 올해 7차 핵실험이 예상된다. 러시아조차 주의하는 핵 위협을 미국을 상대로 직접 떠드는 국가는 북한이 유일하다. 이제는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참전하며 러시아를 아군으로 끌어들였다. 아쉬울 게 없던 러시아도 종전을 앞두고 북한군의 추가 파병이 절실하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연구위원

2024년 북한의 대남 공세는 수동적이고 반응적이었다. 두 국가 관계론으로 통일 담론을 폐기하고 영토완정을 외쳤기에 어느 때보다 도발이 거셀 것이라 예측됐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김정은은 작년 10월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작년 미사일 도발은 불과 22회로, 2022년 38회, 2023년 31회의 도발이 있었음을 고려하면 현저히 감소했다. 반면 쓰레기 풍선을 32차례에 걸쳐 7000여개나 날리고 역대 최다의 GPS 공격을 감행하는 등 작은 도발에는 적극적이었다.

2024년 북한의 소극적 행태는 선택과 집중의 결과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특수에 올라타는 것이 대남 공세보다 훨씬 더 큰 이익이기에 선택하고 집중한 것이다. 이익은 명백하다. 무기 수출과 참전의 대가로 경제적 이익은 물론이고, 냉전 종식 후 단 한 차례도 허락되지 않던 러시아제 신무기를 도입하고 핵과 미사일 등 첨단 국방과학기술도 이전받을 수 있다.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재평가한 러시아는 북한을 자국 국방공급망에 편입시켜 전쟁으로 소진한 군사력을 재건하고 군사동맹을 강화할 수 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참전으로 북한은 이제 국제정치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협상 대상이 되었다. 빠른 종전을 정책 목표로 하는 미국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북한도 이제 휴전협상에서 고려할 중요한 요소이다. 비핵화가 목표였던 2018년 미·북 정상회담과는 달리, 북한은 이제 더욱 핵전력을 공고히 한 사실상 핵무장국이자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국으로서 미국과 협상에 임할 수 있다.

더욱 많은 협상 카드를 손에 쥔 북한은 작년 말 노동당 중앙위 8기 1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통하여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을 천명했다. 더욱 높아진 위상을 바탕으로 트럼프와 협상에서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속셈이다. 그래서 노동당 창건 80주년이자 8차 당 대회 후 5년간의 성과를 종합하는 2025년은 북한에 최적의 시기다. 화성-19 ICBM 검열사격, 신형 잠수함의 SLBM 연발사격, 정찰위성 추가 발사, 7차 핵실험 등 굵직한 도발이 가능하다. 2017년 긴장을 최고조로 올린 후에 이듬해 협상에 나섰듯 2025년 미국을 최대한 압박한 후 협상으로 전환하여 대북제재 철회와 핵 보유 인정을 모두 이루고자 할 것이다.

이런 와중에 한국의 리더십 부재는 북한에 더욱 호재로 작용한다. 한·미가 원팀이 되어 비핵화 목표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은 북핵 용인의 전략목표를 이루는 절호의 기회다. 대북 억제를 이끌던 한국 정부의 혼란이 지속할수록 북한에 유리하다. 작년 말 전원회의에서 대남 문제를 언급조차 않은 것도 어설픈 개입으로 역풍을 맞느니 상황을 이용하겠다는 셈법이다.

우리의 해법은 하나다. 그 누가 키를 잡건 한·미동맹 강화와 자유민주국가 간 공조의 촘촘한 틀을 유지해야 한다. 북·러 밀착의 미묘한 틈새로 중국을 회유하며 한·미·일 공조로 전략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전략적 상황을 인지하고 정쟁을 극복하지 못하면 120년 전 을사늑약의 패배가 반복될 뿐이다. 우리는 갈림길에 서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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