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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내정간섭 폭주… 영국·독일 흔들고 극우 지원 노골화

입력 : 2025-01-05 22:00:00 수정 : 2025-01-05 22: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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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고 실세 행보에 유럽 골머리

연이틀 영국 스타머 행정부 공격 속
현지 극우 운동가 즉각 석방 촉구해

독일 극우당 지지… 신문에 기고문도
일부 언론은 기고 AI작성 의혹 제기

두 나라 ‘눈치보기’… 강경대응 못 해
각국 전략적 대응 佛·伊는 ‘아부모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최고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영국과 독일의 현 정부를 공격하면서 이들 국가 극우파에 대한 노골적 지원에 나섰다. 여타 국가들이 머스크에 대한 ‘눈치보기’에 급급한 가운데 오스트리아에서도 극우 정권 출범이 가시화하는 등 유럽의 극우화가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의회를 해산하고 새 총선거를 치러서 취임 7개월 된 노동당 정부를 몰아내야 한다는 게시물을 엑스(X·옛 트위터)에 공유하며 “예스”라고 동조 의견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

머스크는 하루 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2008∼2013년 왕립검찰청(CPS) 청장으로 있을 때 아동 성 착취 사건을 은폐했다고 비난하면서 재조사와 스타머 총리 사퇴를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징역형을 살고 있는 영국의 악명 높은 극우 운동가 토미 로빈슨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여기에 하루 만에 또다시 엑스를 통해 스타머 영국 행정부에 대한 공격에 나선 것이다.

 

머스크는 독일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대한 지지 의사는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20일 “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다”고 엑스에 글을 올린 데 이어 연말에는 독일 신문에 AfD가 “(독일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기고문을 실었던 그는 이 당의 총리 후보인 알리스 바이델 공동대표와 라이브 토크쇼를 할 예정이다.

 

머스크의 기고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작성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독일 일간 타게스슈피겔은 4일 머스크의 기고와 동일한 주제로 보수 성향 신문에 보낼 칼럼을 ‘그록’에 요청했더니 머스크의 기고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문체와 논증·구조가 똑같은 텍스트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그록은 머스크가 설립한 스타트업 xAI의 AI챗봇이다. 독일 주간지 차이트도 AI 판독기 GPT제로에서 해당 기고문이 AI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93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머스크가 수뇌부 정치인들에 대한 ‘망언’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내고 매체에 공개적으로 기고까지 하는 등 사실상 ‘내정간섭’에 가까운 행위를 하고 있지만 정작 영국과 독일 정부는 강도 높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런던에 본부를 둔 연구기관 ‘브리티시 퓨처’의 순데르 카트왈라 소장은 “두 나라 정부가 트럼프와의 관계 때문에 대응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이웃나라인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머스크를 자국 행사에 초대하는 등 적극적인 ‘러브콜’까지 보내고 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3일 발간된 인터뷰에서 머스크를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주요 인물이며, 항상 미래를 생각하는 특별한 혁신가”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머스크의 지원 속 유럽 극우가 기세를 올리는 가운데 오스트리아에서도 극우정부 출범이 가시화했다. 카를 네하머 오스트리아 총리가 이날 국민당과 사회민주당의 연정 구성 협상이 불발돼 사퇴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오스트리아는 지난해 9월 치러진 총선에서는 극우 성향 자유당이 과반에 모자라는 1위를 차지하자 2위인 중도 보수 성향의 국민당 3위인 중도 좌파 성향 사회민주당이 뭉쳐 연정을 구성했다. 그러나 직전 정부가 남긴 재정적자 해결을 위한 이견이 내각에서 불거지며 끝내 정부가 붕괴했다. 네하머 총리가 물러난 이후 가능한 선택지로는 다수당인 자유당이 연정을 구성하거나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것 등 두 가지가 언급된다. 어느 쪽으로 정국이 흘러가든 오스트리아에 극우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은 상당히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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