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채팅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성적으로 모욕한 행위는 음란물 유포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사망자를 성적 대상으로 비하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A씨는 이태원 참사 이튿날인 2022년 10월30일 온라인 게임 채팅창에서 여성 희생자들을 대상으로 성행위를 하고 싶다는 등의 성적 비하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 쟁점은 A씨의 발언을 ‘음란한 문언’으로 볼 수 있는지였다. 정보통신망법(44조의7 1항)은 ‘음란한 부호·문언·음향·영상 등을 배포·판매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1·2심 재판부는 “(A씨가 쓴) 메시지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성적 대상화해 비하하고 모욕하는 내용이기는 하다”면서도 정보통신망법상 음란한 문언은 아니라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노골적인 방법으로 남녀의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정보통신망을 통한 음란물의 유통을 근절하기 위한 정보통신망법 입법 취지”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의 메시지가 음란한 문언을 전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의 행위가 추모의 대상이 돼야 할 사망자의 유체를 성적 쾌락과 대상에 불과한 것처럼 비하해 불법적·반사회적 성적 행위를 표현한 것이라고 본 것이다. 또 이 같은 행위가 단순히 저속하거나 문란한 느낌을 주는 정도를 넘어 인격체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음란한 문언을 전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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