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인하 속도조절론 ‘쇼크’
정부 환율 방어에도 속수무책
5거래일 연속으로 1450원 뚫려
외환보유액 지난 11월 4154억달러
“외환스와프 등 단기 처방 한계
국내 정치 불확실성 해소 시급”
원·달러 환율이 1차 심리적 저지선인 1400원에 이어 2차 1450원을 뚫고 1500원을 향하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적극적 시장안정조치를 약속했지만, 당국의 개입이 무색한 상황이다. 대외준비자산으로서 마지막 보루인 외환보유액 고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2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 2일 1401.3원(주간거래 종가 기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26일 1464.8원에 마감했다. 한 달도 안 돼 63.5원이 오른 것이다.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 4일 새벽 환율은 1446.5원으로 치솟았다가 계엄 해제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1410.10원으로 안정세를 찾았다. 14일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1430원대에 머물던 환율은 19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정책금리 인하 횟수를 당초 4회에서 2회로 축소하겠다고 하자 요동치기 시작했다.
강달러 기조 속에 국내 정치적 불안정까지 더해지면 원화가치는 뚝뚝 떨어져 19일부터 5거래일 연속 달러당 1450원을 넘었다. 5거래일 연속 장중 1450원을 넘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1∼13일, 16∼17일 이후 처음이다. 이어 지난 24일 야간거래에서 1460원을 넘고 이날 1465원까지 뚫었다.
역대 1400원대의 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최고 1995원)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최고 1597원) △2022년 레고랜드 사태(최고 1444원) 세 번뿐이었다. 당시 고환율 국면은 각각 6개월, 6개월, 2개월 지속됐다.
국내외 시장 전문가들은 강달러 기조 속에 이번에도 고환율(원화가치 하락)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가 환율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외환보유액의 심리적 저항선인 4000억달러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말 기준 4153억9000만달러다.
외환보유액은 1997년 12월 204억달러까지 줄었다가 △2001년 9월 1001억달러 △2005년 2월 2022억달러 △2011년 4월 3072억달러 등 빠르게 늘었다. 이후 2018년 6월(4003억달러) 처음 4000억달러를 넘어선 이후 6년4개월 동안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2021년 4600억달러를 넘었던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4150억달러선까지 빠진 상태다.
이 총재는 4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은 충분하다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을 털어 환율을 방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부)는 “국내 정치적 불안정이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강달러 기조도 당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외환시장 개입으로 환율을 일시적으로 낮춰봐야 외화보유액만 소진되고 안정시키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외환보유액 4150억달러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대로 내려가면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불안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원은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의 외환스와프 등은 환율 안정을 위한 단기적 처방”이라며 “국내 정치 불안정이 지속되고 트럼프 취임 이후 비우호적인 대외환경에선 단기 처방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른 시일 안에 해소돼야 하고, 외환시장보단 경제를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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