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농부들 2대째 딸기 농사
‘진주 딸기의 세계화’ 의기투합
소비자와 직접 소통·문제 파악
전세계 판로 개척… 수출상 영예
매출 폭발… 2024년 10억 달성 눈 앞
“지역발전 위한 씨앗 되고 싶어”
“딸기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진주 딸기 명성을 이어받아 더 맛좋은 딸기를 공급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세계인이 딸기를 보면 한국을 떠올릴 수 있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9일 경남 진주시 수곡면 들녘. 이곳에는 수백동의 비닐하우스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 펼쳐진다. 기다랗게 늘어선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지금이 제철인 딸기 수확이 한창이다.

당도가 높아 맛있기로 유명한 진주 딸기는 전국적으로 알려진 충남 논산과 ‘딸기의 시배지’ 경남 밀양에 비견될 정도다. 진주 지역에서도 수곡면은 동네 전체가 딸기 재배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을 통틀어 봐도 이런 곳은 없다고 한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2대째 딸기 농사를 짓는 청년 농부들이 있다고 해서다. 청년창업후계농업인 문병선(31)씨와 안병석(37), 양영훈(29), 정동훈(30)씨 4명이 모여 만든 영농법인 ‘매료된청년들’이 주인공이다. 이들이 재배하는 딸기는 금실과 설향 등 신품종이다. 재배면적만 9만1000여㎡로, 축구장 13배 정도이다.
이날 오전 8시 방문한 비닐하우스는 정동훈 매료된청년들 대표가 관리하는 딸기 농장이다. 비닐하우스 입구를 여니 향긋하면서 기분 좋은 딸기향이 연신 코를 자극한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열을 맞춰 긴 레일이 설치돼 있었는데 이 레일을 따라 작업자들은 제철을 맞아 빨갛고 윤기가 나는 딸기를 수확하고 있었다.
정 대표는 “올해 딸기 수확은 저희가 고민하고, 공부한 딸기 재배 방식의 결과물이어서 더 의미가 깊다”면서 “최고 품질의 프리미엄 딸기 생산을 넘어 6차 산업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하고 상생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청년농부 사총사를 사실상 이끌고 있는 정 대표는 ‘어떻게 하면 진주 딸기를 더 맛있게, 더 널리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까’ 골똘히 고민하면서 점차 딸기에 매료됐다고 한다.
다른 청년농부 3명도 딸기에 심취해 있기는 매한가지. 이른바 ‘딸생딸사’다. 딸기에 살고 딸기에 죽는 이들이 모였기에 법인 이름도 (딸기에) ‘매료된청년들’이라고 정했다. 사총사는 기존 유통과정에서 자신들이 재배한 딸기가 제대로 소비자에게 판매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법인을 설립했다. ‘당일 수확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직영판매장을 운영하겠다고 차별화를 선언하며 직접 유통에 뛰어들었다.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면서 개선점을 파악하고 계속 부딪치고 경험하는 것이야말로 더욱 맛있는 딸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게 매료된청년들의 ‘딸기 지론’이다.
진주 딸기의 세계화를 위해 의기투합한 이들의 시너지 효과는 상당했다. 결실도 빨랐다. 태국, 싱가포르, 홍콩, 베트남, 캐나다 등에 진주 딸기를 수출하며 수출탑을 수상했다. 법인 매출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2억2000만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1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농업교육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면서 표창도 많이 받았다. 지난해에는 농업인 최고 과정인 마이스터대학에서 원예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양씨는 성공 비결에 대해 “직원을 두고 딸기작물 관리를 하고 마케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면서 농산물 경매의 돈에만 따라가지 않고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경영이 지금의 딸기 농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주시농업기술센터와 진주 수곡농협 등 관련 기관과 단체의 꾸준한 지원과 관심도 매료된청년들이 농산물 수출 역군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요인 중 하나다. 매료된청년들은 자신들 이익 추구를 넘어 지역사회에 어떻게 환원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사총사는 “청년농업인들이 자신이 받았던 도움을 다시 지역사회에 돌려주며, 지속 가능한 농업과 지역 발전을 위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긍정적인 변화의 씨앗이 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정 대표는 딸기를 재배하는 과정이 인생과 닮았다고 했다. 그는 “딸기는 저희한테 단순한 과일이 아니다. 그 안에는 농부의 열정과 사랑이 담겨 있다”며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며 키운 딸기는 마치 우리 삶과 닮은 것 같다. 그래서 그 과실은 더욱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세계적인 최고의 딸기로 그 가치를 증명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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