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 전쟁 땐 수출 둔화
소비·투자 등 내수 부진 우려 커져
시중에 돈 풀어 내수 살리기 분석
“美 신정부 정책 불확실성 커” 강조
한국은행이 28일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것은 경기와 성장에 대한 전망이 그만큼 나빠졌다는 의미다. 금리 인하가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수출 둔화가 내수의 온기마저 꺼버리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인한 수출 둔화가 우리 기업들에게 타격을 주고, 이는 곧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등을 반영해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 2.2%, 1.9%로 0.2%포인트씩 낮췄다.
한은의 내년 전망치(1.9%)는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각각 제시한 2.0%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잠재성장률(2.0%)을 밑돈 것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사태 등 충격이 있던 시기로 총 6번뿐이었다.
나아가 2026년 성장률은 1.8%로 더 낮아질 것으로 추정, 우리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은은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글로벌 무역 갈등이 격화할 경우 내년 성장률은 기존 전망보다도 0.2%포인트 더 낮은 1.7%를 기록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될 경우 내년 성장률이 2.1%로 오를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미국 대선 결과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됐고, 3분기에 수출 물량이 크게 낮아졌는데, 경쟁국과의 수출 경쟁이 심화되고 구조적인 요인이 크다고 봤다”면서 “미국의 신정부 정책 불확실성에 2026년 전망 변동성은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수출 타격뿐 아니라 우리 주력 산업의 경쟁력 저하 등 구조적인 문제가 저성장의 근본 원인이라는 점이다.
다만 수출과 환율은 대외적인 요인의 영향이 큰 만큼 한은은 금리를 낮추고 시중에 돈을 풀어 내수라도 살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경우 경제성장률을 0.07%포인트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어느 정도 더 많이 또는 어느 속도로 내릴 것인지에 따라 그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여 만에 연속 2회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도 추가 인하 가능성을 내비치며 내수 진작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출했다.
한편, 금리 인하 타이밍이 늦었다는 실기론에 대해 이 총재는 재차 반박했다. 그는 “8월에 (금리 인하를) 한 번 쉬어감으로써 상당한 정도의 가계부채를 안정시키고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동력을 막았다”며 “8월 금리 동결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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