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설문조사서 폐지 49.9%
개선·보완 전제로 계속 추진 50.1%
주차난 해소 등을 위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시행하는 제주 ‘차고지증명제’가 존폐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제주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차고지를 증명한 도민 10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차고지증명제를 앞으로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해 49.9%는 ‘폐지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고, 50.1%는 ‘개선과 보완을 전제로 계속 추진하자’는 의견을 냈다.
계속 추진하자는 의견은 ‘현재 기준을 유지하며 불편사항 개선’이 22.3%, ‘차종·거리 등 일부 기준을 완화해 지속 추진’이 15.9%, ‘차고지증명제 효과를 조기에 도출하기 위해 제도를 강화해 추진’ 하자는 의견이 11.9%였다.
차고지증명제가 제주 미래를 위해 필요한 정책인지에 대해서는 필요 없다는 응답이 51.5%, 필요하다는 응답이 30.4%였다.
차고지증명제 시행 이후 긍정적으로 변화한 부분으로는 ‘건축 시 주차면 추가 확보 노력’(36.3%), ‘내 집 주차장 갖기 사업 활성화’(27%), ‘주택가 불법주차 차량 감소’(26.8%), ‘차고지 확보로 주차 편의 증진’(26%), ‘주차에 대한 개인 책임의식 강화’(18%), ‘도내 차량 증가 억제 기여’(17.5%) 등의 순으로 의견이 나왔다.
보완할 부분으로는 ‘충분한 규모의 공영주차장 확보’(23.7%), ‘차고지증명 어려운 지역 예외 적용’(15.9%), ‘인센티브 제공’(12%), ‘차고지 허용거리 1㎞보다 완화’(10%), ‘차고지 불법주차 차량 단속 강화’(9.3%), ‘대상 차량 유형 완화’(9.2%), ‘민간 주차사업을 통한 주차장 공급’(7.5%), ‘불이행 시 고액의 과태료 부과’(5%) 등의 순으로 제시됐다.
제주연구원 손상훈 박사는 제도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로는 노력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 등을 꼽으며 “올해 7월 기준 차고지증명 비율은 39.8%로, 효과가 발생하는 건 차고지증명 비율이 80∼90% 되는 2031∼2033년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제도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로는 “장기적으로 비용보다 편익이 큰 정책이다. 2026∼2027년에 누적 편익이 누적 비용을 앞설 것”이라며 “결국 현재와 미래 중 어디에 더 가치를 두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차고지증명제는 불만이 속출하고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면서 2022년 1월 도 전역, 전 차종 확대 시행 3년 만에 존폐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한 민간단체가 “차고지 증명제는 헌법상 평등권, 재산권,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하고 위장 전입을 조장한다”며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
차고지증명제는 본인 차량을 세울 수 있는 차고지가 있어야 차량 등록을 허가해주는 제도다. 그런데 차고지가 없는 주민은 임대료를 내고 주차장을 빌려야 하는 부담이 있으며, 주차장이 부족한 제주시 원도심의 경우 차고지를 임대할 공간조차 부족한 실정이라 불만이 많다.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친척집 등으로 주소를 옮겨 규제를 피하는 등 각종 편법도 발생하고 있으며, 차고지가 있어도 실제 주차는 이면도로에 하는 경우가 많아 제도 효과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실효성 논란도 있다. 제주도는 차고지 증명제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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