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 원리 들어 ‘체포영장 집행 불가’ 시사
프랑스 정부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앞으로도 계속 긴밀히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에서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며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네타냐후를 상대로 발부한 체포영장을 사실상 무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강대국들이 잇따라 네타냐후와 이스라엘 정부를 옹호하고 나서면서 ICC의 네타냐후 체포영장은 무력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프랑스는 국제법에 따른 의무를 철저히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유엔 산하 기관인 ICC 설립을 위한 로마 협약에 가입한 당사국이다. ICC가 내린 결정에 따라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다는 얘기다. 바로 장관의 발언은 앞서 국회에 출석한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밝힌 프랑스 정부의 공식 입장을 그대로 되풀이한 것이다.
그런데 프랑스 외교부는 후속으로 내놓은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경우 ICC 당사국이 아니란 점을 지적했다. 국제법상 모든 나라의 정상은 외국에서 면책 특권을 누린다. ICC에 가입한 회원국이 아닌 이스라엘 총리가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그를 체포한다면 이는 면책 특권의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 외교부는 “(네타냐후가 프랑스에 오는 경우) ICC가 체포 및 신병 인도를 요청한다면 검토는 해보겠다”고 얼버무렸다. 체포영장 집행이 이뤄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에둘러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프랑스 외교부는 네타냐후와의 협력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외교부는 성명에서 “프랑스와 이스라엘은 역사적 우정으로 연결돼 있다”며 “두 나라는 법치주의와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사법부를 존중하는 민주주의 국가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프랑스는 중동 지역 전체의 평화와 안보를 달성하기 위해 네타냐후 총리는 물론 다른 이스라엘 당국자들과도 긴밀히 협조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유력 인권 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프랑스를 강력히 비판했다. 이 단체 프랑스 지부는 “ICC 조약의 핵심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국가 원수를 포함해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프랑스는 네타냐후가 프랑스 관할권에 있는 경우 반드시 체포해 ICC에 인계할 것이란 점을 명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ICC가 네타냐후를 상대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직후 이스라엘의 맹방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터무니없다”(outrageous)며 “미국은 이스라엘이 처한 안보 위협에 맞서 늘 이스라엘과 함께할 것”이라고 굳게 약속했다. 최근 이탈리아에서 열린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선 네타냐후 체포영장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으나 회의 후 나온 공동 성명에선 그 내용이 빠졌다. ‘체포영장 집행 불가’라는 미국의 확고한 입장을 다른 참가국들이 사실상 수용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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