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대 사기쳐 호화 생활한 탈북민…檢, 범죄수익 전액 환수

노인, 탈북민 등 4400명 피해
“가족 잘살 수 있어 후회 안 해”
추징금 미납…전처 등 명의 은닉

북한 이탈 주민인 고모(43)씨는 2015년 유사수신(법령에 따른 인허가나 등록·신고 없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불법행위) 범행에 가담하기 시작했다. 전과 3범이 된 그는 아예 QRC뱅크 등 유사수신 업체 여러 개를 차렸다. 2019~2021년 암호 화폐(가상자산) 등 투자를 빌미로 4400명에게 약 2000억원을 뜯었다. 대부분 고령이며, 상당수는 자신과 같은 북한 이탈 주민과 중국 국적 외국인이었다.

2000억원대 유사수신 범행 주범인 탈북민 고모씨가 소유하고 있던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아파트 전경(왼쪽). 오른쪽 사진은 그의 롤스로이스 차량. 검찰은 고씨가 은닉한 자산을 모두 처분해 추징금 약 130억원을 환수했다. 서울중앙지검 제공

2021년 사기, 유사수신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씨는 지난해 11월 징역 10년에 추징금 약 130억원이 확정됐다. 그는 끝내 반성하지 않았다. 추징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버티며 “가족들이 잘살 수 있어 범행을 0.01%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올해 6월 고씨가 은닉한 자산 추적에 들어갔다. 재산 조회, 계좌 및 가상자산 추적, 통화 내역 분석, 압수수색 등을 통해 그가 이 사건 범행 전 만든 차명 법인과 위장 이혼을 한 부인의 명의로 범죄 수익을 은닉해 호화 생활을 한 사실을 밝혀냈다. 무직인 부인과 자녀들은 수십억 원짜리 아파트에 살며 고가의 외제 차를 타고 다녔다. 옷은 소위 명품만 입었다. 주거지엔 미술품과 고가 시계, 귀금속, 명품 가방이 즐비했다. 고씨 부인은 자녀들과 캐나다 이민 절차를 밟던 중이었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유민종)는 고씨가 은닉한 펜트하우스를 비롯한 고가 아파트 2채 등 각종 부동산, 리조트 회원권, 외제 차 2대, 상장 주식, 가상자산, 차명 예금과 외화 등 자산을 처분해 추징금 전액을 25일 환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1원의 범죄 수익도 끝까지 환수함과 동시에,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피해 회복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진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