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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의거 후 출범한 제2공화국은 헌법에 대법원장·대법관 선출제를 명시했다. 국회는 혼란을 우려해선지 법률에 국민 직선 대신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를 규정했다. 1961년 5월 17일로 예정된 투표를 앞두고 명망 높은 법조인 여럿이 출마 선언을 했다. 그런데 선거일 하루 전 5·16 군사정변이 터지며 투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 뒤 제3공화국이 법관 선출제를 폐지했고 이는 현행 헌법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서 “판사도 선거로 뽑자”고 주장하나 개헌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일본은 우리 대법원에 해당하는 최고재판소에 한해 ‘국민 심사’란 제도를 시행한다. 모든 최고재 판사(대법관)는 취임 후 첫 중의원(하원) 총선거 때 함께 실시되는 신임 투표를 거쳐야 한다. 여기서 ‘파면’ 의견이 과반이면 최고재에서 퇴출당하는데, 이제껏 그런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유권자 절대다수는 “솔직히 최고재 판사가 누구인지, 무슨 판결을 했는지 모른다”며 그냥 찬성표를 던진다고 한다.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목표라고는 하나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라 하겠다.

 

연방국가인 미국의 주(州)법원은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주민 직선으로 뽑는 곳이 많다. 하지만 연방법원 판사의 임용 절차는 대법원부터 지방법원까지 획일적이다. 대통령이 법률 전문가 중에서 법관 후보자를 지명하면 연방의회 상원이 인사청문회를 실시한 뒤 표결로 임명 여부를 확정한다. 대중적 인기가 최우선인 포퓰리즘을 배격하고 철저히 능력과 도덕성 위주로 심사하는 것이다. 종신직인 연방 법관은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소신대로 판결할 수 있다.

 

멕시코 대통령실이 내년 실시할 판사 선거에 1만8000여명이 지원했다고 그제 밝혔다. 이는 지난 9월 멕시코 의회가 대법관을 비롯한 전국 판사 모두를 국민의 직접 선거로 뽑는 개헌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9명으로 구성되는 대법원은 480명이 지원했다고 하니 경쟁률이 5.3대 1에 이른다. 판사 100% 직선제는 세계에서 멕시코가 최초이자 유일하다. 멕시코 정부와 의회는 ‘사법 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법조계에는 “판결의 공정성이 훼손될 것”이란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진짜로 개혁이 맞는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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