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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표현할 수 없다” 북한 확성기 피해…자영업자도 피해

입력 : 2024-11-25 10:29:50 수정 : 2024-11-25 10: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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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강화 등 접경지 인근 야영장도 피해 호소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 일인 지난 10월 24일 북한 대남방송 소음 피해 관련 참고인으로 나온 강화군 주민 안미희씨가 무릎을 꿇고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이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접경지역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등 날로 그 심각성이 더하고 있는 가운데 자영업자들도 피해를 호소하고 나섰다.

 

경기 김포시 월곶면에서 야영장을 운영하는 A 씨는 “북한의 대남방송을 예측할 수 없어 지난 주중의 경우 아예 예약을 받지 않기도 했다”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절반 정도 깎였다”고 토로했다.

 

이용객 대부분 대남방송 소음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고 왔다가 오밤중 ‘소리가 무섭다’거나 ‘잠을 못 자겠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북한의 기괴한 대남방송 소음으로 강화군·김포시 등 접경지에서 야영장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이처럼 적잖은 피해를 보고 있다.

 

강화군과 김포시에 따르면 강화군 송해·교동·하점면과 김포시 월곶·하성면 등 접경지 일대 야영장 업주들의 피해 호소 민원이 쇄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들은 북한이 지난 7월부터 방송 중인 ‘쇠를 깎는 듯한 소리’, ‘늑대 울음’, ‘귀신 소리’ 등 기괴한 대남방송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펜션·호텔 등과 달리 얇은 천막 안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 야영장 투숙객은 북한의 대남방송 소음 피해에 더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강화군 지역 전체의 등록된 야영장 업소는 62곳이다. 그중 접경지인 송해면과 교동면, 하점면엔 7곳이 있다. 김포시의 경우 총 11곳의 야영장 중 월곶면과 하성면에서 각각 3곳이 운영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 주민은 소음을 참다못해 마을을 떠나기까지 한 것으로 23일 세계일보 취재 결과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고령자가 대부분인 마을에 소음이 수개월간 계속되면서 일부 주민은 수면제를 복용하며 잠을 청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앞선 23일 세계일보는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 접경지를 찾았다.

 

이곳은 한강의 끝자락과 한남정맥의 끝이 서로 만나는 마을이다. 보구곶리는 워낙 작은 데다 도심에서 떨어져 있다 보니 김포 시민들도 생소한 지역이다.

 

이곳 마을 주민 대부분은 70~80대 고령자다

 

이곳에서는 지난 9월부터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이 본격적으로 송출되면서 고령층 주민들이 정신·육체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수면 장애 △스트레스 △불안 증세 등을 보인다.

 

이날 세계일보와 만난 한 주민은 “70 평생 살았지만 처음 듣는 소리다. 말로 표현하기도 힘들다”라며 “확성기 소음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송출돼 밤에 잠을 잘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이웃에 3살 어린 자녀를 둔 가구는 소음을 참다못해 마을을 떠났다”면서 “시끄러워 죽겠다는 말이 진짜 있더라. 특히 어린아이들은 소음에 더 민감한 거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민은 “제발 어떻게 좀 해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소음으로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이런 상황이 수개월째 반복되면서 온전한 일상을 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밤잠을 제대로 못 자다 보니 낮에 피곤함을 느껴 일상생활에 지장이 따른다는 하소연이다.

 

한 주민은 “고통은 들어본 사람만 알 수 있다”며 “정신적 고통이 크다. 다들 나이 많은 어르신인데 오죽하겠나”라고 피해를 전했다.

 

실제 지난 21일 경기 김포시에 따르면 시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지난 8~14일 김포 월곶면 성동리와 하성면 시암·후평리 일대 접경지 주민 102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검사를 진행한 결과 2명은 ‘고위험군’, 27명은 ‘관심군’으로 진단됐다. 나머지 73명은 정상군으로 분류됐다.

 

김포시 보건소 관계자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 치료를 진행하고 희망자에게는 정신과 전문의 진료도 지원할 계획”이라며 “주민들이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게 최대한 돕겠다”고 말했다.

 

마을에는 심리상담을 안내하는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지만 심리상담만으로는 해결될 거로 보이진 않는다.

 

강화군 관계자는 “야영장 업주들로부터 피해 민원이 접수되고 있지만 지원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근거 법령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낚시터 등에서도 피해 민원이 접수됐다”고 말했다.

 

김포시 관계자는 “'방음창을 설치해 달라'는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며 “피해 사항을 토대로 지원 방안이 수립될 수 있도록 경기도 등 상위기관과 소통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소음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마을 주민과 검문소를 지키는 사병에 따르면 소음은 비규칙성을 띤다.

 

소음은 해가 질 무렵인 오후 7시쯤 시작돼 다음 날 아침 6시까지 계속된다. 들리는 소음은 △귀신소리를 시작으로 △동물 울음소리 △쇠 긁는 소리 △표현하기 어려운 잡음 등이 시간대별로 송출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어떤 날은 낮에 소음이 들리지 않는다는 것 정도다. 실제 이날 세계일보가 현장을 찾았을 때는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

 

이러한 소음은 새벽 1~5시에 가장 심해 주민들의 수면 장애를 더 키우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주민들은 수면제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음 피해는 접경지역인 인천시 강화군도 상황은 비슷해 군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지난 2일 대남방송 피해가 집중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 일대 주민 78명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벌인 결과 10%가량이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전해졌다.

 

접경지 주민이 지난 국감에서 무릎까지 꿇으며 고통을 호소한 게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다.

 

이에 인천시는 우선 예비비 3억 5000만원을 들여 북한의 소음 방송이 가장 가깝게 들리는 당산리 35가구 주택에 방음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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