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장 대응한 경찰…신고 후 64일 만에 입건
지난 9월 22일, 6세 딸을 홀로 키우던 A모(35)씨가 사채업자들의 불법 빚 독촉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3일 전, 경찰은 A씨의 피해 사실을 신고받고도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태를 방치한 것으로 알려져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서울 성북구에서 성매매로 생계를 이어가며 생활고에 시달리던 중, 지난 8월 사채업자들에게 90만 원을 빌렸다. 연이율 수천 퍼센트에 달하는 이자로 인해 한 달 만에 빚은 1000만 원 이상으로 불어났다고 한다.
사채업자들은 A씨의 딸이 다니는 유치원 주소까지 유포하며 협박했다. 현행법상 연이율 20%를 넘는 고리대출은 불법이며, 채무자나 가족을 협박하는 빚 독촉 행위 역시 처벌 대상이다.
그러나 A씨가 전북 완주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까지 관련 기관은 실질적 지원이나 제재에 나서지 않았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경찰은 지난 9월 9일 A씨의 지인으로부터 협박 피해 신고를 접수했으나, 피해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즉각적인 수사를 벌이지 않았다. 경찰 내부에서도 "취약 여성이 빚 독촉에 시달리는 일은 흔하다"는 태도가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9월 12일이 되어서야 관련 사채업자들을 입건했다. A씨 사망 후 51일이 지나고, 신고 후 64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경찰은 "사건 배당과 수사 과정에서 지체가 있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지만, 아직도 주요 가해자들은 검거되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6년 전 이혼 후, 6세 딸과 뇌졸중·심장병을 앓는 아버지를 부양하며 생계를 꾸렸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딸에게 부족함을 느끼게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한 그는 결국 사채업자들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들의 폭력적인 빚 독촉으로 인해 모든 것이 무너졌다.
사채업자들은 A씨의 가족과 지인들에게 하루 수백 통의 협박 문자를 보냈다. A씨의 가족 사진, 유치원 주소, 차용증을 든 사진 등을 무차별적으로 유포했다. 유치원에까지 전화를 걸어 "아이를 만나러 가겠다"고 협박했다.
이러한 행위는 법적으로 처벌 대상이지만, A씨는 생전에 법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한다. 사망 후에도 유족들은 "잘 죽었다", "곧 너희도 보내주겠다"는 협박 문자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죽음은 단순히 개인의 비극을 넘어, 취약 계층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법적 보호의 부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정부와 수사당국이 이 같은 사건에 얼마나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유서에서 딸에게 "죽어서도 다음 생에 사랑하겠다"며 "내 새끼, 사랑한다"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그 사랑이 법과 사회의 손길을 받지 못해 끝내 비극으로 마무리된 점에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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