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실한 용역 수행과 연말 몰아치기씩 예산 집행으로 예산 낭비 논란이 제기된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정책연구용역심의 마저 요식행위로 치부한 사실이 밝혀져 총체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부산시의회는 전날 열린 경제 분야 종합 행정사무감사에서 기획재경위원회소속 반선호 의원(사진·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이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의 부실 용역과 예산 낭비를 지적하고, 즉각적인 개선을 촉구했다고 19일 밝혔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1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조직 효율화 및 직급구조 개선 연구용역’과 ‘SW융합클러스터 2.0사업 백서 제작 용역’을 각각 1개월과 15일 만에 완료해 부실 용역이란 논란이 제기됐다.
또 ‘부산 콘텐츠 비즈타운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연구용역’에 6200만원을 투입하고,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내용의 ‘한-아세안 메타버스 연수프로그램 운영 용역’과 ‘부산 글로벌웹툰페스티벌 행사 운영 용역’을 1~2개월 동안 수행하면서 1억6000만원이 넘는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메타버스 연수프로그램의 경우 용역계약과 행사 개최 준비 기간을 모두 합쳐도 열흘밖에 되지 않아 졸속 행정의 표본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았다.
반 의원은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의 용역 집행 실태를 조목조목 짚으며 “한 해 예산을 이렇게 막 쓰는 방식으로는 시민들에게 부끄러운 결과물밖에 남기지 못한다”고 질타했다. 용역이 연말에 집중적으로 집행되면서 예산이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졸속 결과물을 양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 의원은 “짧은 용역 기간과 과도한 예산 책정은 결과물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또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내부적으로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업무를 지나치게 외부 용역에 의존하는 점도 언급했다. 협의체 운영과 성과 나열식 브로슈어 수준의 백서 제작 등 단순한 업무조차 외부에 맡기며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반 의원은 “공공기관의 내부 역량 강화를 위해 자율적으로 수행 가능한 업무는 내부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의 예산 낭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반 의원이 제기한 문제에 따르면 일부 용역이 단독 응찰로 재공모 없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되거나, 부산시의 미래를 설계할 구체적이고 심도 깊게 연구되어야 할 중대한 과업을 많은 예산을 들여 연말에 집중적으로 발주하고도 용역 보고서 표절률이 20%를 초과하는 등 공정성과 투명성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반 의원은 “충분한 분석과 검토 없는 결과물이 정책에 반영될 경우 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용역 집행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공공기관으로서의 신뢰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의 내부 정책연구용역심의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와 올해 진행된 연구용역심의 결과를 보면 총 11건 중 1건을 제외한 10건의 연구용역이 원안대로 가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 의원은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의 정책연구용역심의가 단순 요식행위로 전락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아무런 검토 없이 통과되는 단순 형식적 심의는 행정 신뢰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더 이상 시민들의 혈세를 이런 식으로 허비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행정사무감사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모두 인정했다. 김태열 원장은 “예산 집행 과정과 용역 수행 체계를 면밀히 점검해 앞으로 투명한 예산 집행과 계획적인 과업수행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며 “내부 역량 강화를 통해 시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했다. 또 “용역 사업의 계획성과 심의 절차를 대폭 개선하고, 불필요한 용역 의존을 줄여 효율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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