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주식시장 저평가 현상)를 극복하기 위한 12종의 코리아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와 1종의 상장지수증권(ETN)이 4일 국내 증시에 상장됐다. 이들은 지난 9월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코리아밸류업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들로,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기업에 자금 유입이 활성화되도록 기획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개 자산운용사가 운영하는 밸류업 ETF와 삼성증권의 ‘삼성 코리아 밸류업 TR’ ETN이 모두 5110억원 규모로 이날 상장했다. 12개 ETF 중 9개 상품은 밸류업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형이고, 나머지는 밸류업 지수를 비교지수로 두고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액티브형이다. 삼성증권의 ETN은 밸류업 TR(Total Return·분배금 재투자) 지수를 1배 추종하도록 설계됐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코리아 캐피탈 마켓 콘퍼런스(KCMC) 2024’에서 이들 상품의 상장과 관련해 “기업이 미래 경영목표를 공시하면 투자자가 이를 고려해 투자하도록 하고 기업과 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 시장에서 주가가 제대로 평가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들 상품이 흥행하려면 기초인 밸류업지수의 차별화가 확보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밸류업 지수는 지난 9월30일 공개 후 코스피200 지수와 상관계수가 0.93에 달했다.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금융·통신주는 편입에 탈락했고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들이 대거 포함되는 등 질적인 요소에 대한 고려도 부족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부연 거래소 미래사업본부 상무는 “내년부터는 밸류업 공시 이행 기업을 중심으로 (지수를) 구성하게 돼 차별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밸류업은 장기적인 과제로 봐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기업 펀더멘털을 반영해 경제성장률만큼 주가 성장률이 나오는 나라는 (미국을 빼고) 거의 없다”며 “밸류업으로 1~2년 내 우상향 추세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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