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파병 사실 공개 부담에 조급함 표출
푸틴, 정치적 부담 줄이려 서둘렀을수도
일각선 “北 파병 시나리오 따라 움직여”
대통령실 ‘우크라 특사’ 등 대응 본격화
RFA “北, 참전소식 유포자 색출 나서
평양 주요 대학들에 검열 그룹 내보내”
대통령실이 30일 우크라이나 현지 북한군 활동과 전황을 살피는 분석팀을 파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북한군 파병 사실이 알려진 후 현지 분석팀 파견에 대해 다양한 관측이 나왔지만, 대통령실이 긍정적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군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우크라이나군과 대치 중인 전선에 투입되는 정황이 확인되면서 우리 정부도 이에 대한 단계적 대응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동대응 차원의 우크라이나 특사 파견 논의도 이번 주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로서는 북한군 활동 전황을 살피고, 분석하고, 모니터할 의무가 주어져 있다”며 “방어적으로 정당하게 그들의 활동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전황분석팀이든, 모니터링팀이라 부르든, 발생할 수 있는 북한군 활동과 전황을 모니터하고 분석할 수 있는 팀을 미리 만들어 보낼 준비는 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니터링 내용이 단지 현지에서 일어나는 군사적 문제에 그칠 것이냐, 북한군 심리적 동요와 이탈에 관한 문제까지 우크라이나 정부와 협의해서 처리할 필요가 있냐, 그것은 충분히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한국에 특사를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대해선 “이번 주 논의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장 상황도 한층 긴박해지고 있다. 국방정보본부는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파병 북한군 중 일부가 전선에 투입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전투가 한창인 쿠르스크 지역 등에서 북한군이 곧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미국 북한전문매체 NK뉴스에 따르면 22일 러시아 소형항공사 아이플라이(iFly) 소유 에어버스 A330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륙해 러시아 서부 로스토프나도누로 향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두 차례, 하바롭스크에서 두 차례씩 모두 네 차례 러시아 극동에서 로스토프나도누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가 여객기를 동원해 북한군을 빠르게 실어나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관측이 맞다면, 이는 겨울을 앞두고 전선 배치를 조기에 완료해 실전에서 성과를 얻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겨울철에는 북한군도 기동에 제약을 받는다. 날씨가 풀리려면 상당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만큼 전투를 서둘러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다. 파병 사실이 공개되면서 자신들의 의도가 노출되어 대외적으로 부담을 느낀 북한이 조급하게 움직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집권 이래 크름반도 등을 병합하며 영토를 넓히다가 이번 전쟁으로 본토 일부를 빼앗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치적 타격을 최소화하고자 북한군 투입을 서둘렀을 수도 있다.
반면 해외 파병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북한이 처음 구성한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군 투입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진행됐을 것”이라며 “처음부터 지금 시기를 목표로 하고 움직인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북한이 내부 단속을 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대북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이 비밀리에 군대를 파견했다는 소식이 퍼지고 있다”며 “군인 가족들이 자식들의 행방을 찾아 나서며 사회에 혼란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RFA는 “참전 소식 유포자를 색출하기 위해 국가보위성이 김일성종합대학 등 평양시 주요 대학에 검열 그룹을 파견했고, 지방 보위부에도 검열 그룹이 조직됐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이날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임을 분명히 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1718호, 1874호, 2270호를 위반한 행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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