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후 한·미관계 보고 임명할 듯”
교민 간첩 혐의 구속… 소통 부족 우려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이 반간첩법 혐의로 구속된 상황에서 주한 중국대사 자리가 싱하이밍(邢海明) 전 대사 귀국 후 3개월째 비어 있다. 1992년 8월 수교 이래 최장 기간 공석으로, 한국에서 외교당국과 정식으로 소통할 중국 측 대표가 없다는 점에서 원활한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9일(현지시간) 주한 중국대사의 장기 공석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싱 전 대사는 2020년 1월 부임해 지난 7월 떠났다. 현재는 팡쿤(方坤) 대리대사가 공석인 중국대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SCMP에 복잡한 지정학적 긴장으로 중국이 대사 선정에 더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대선 이후 중국이 한·미 관계를 지켜보기 위해 (대사 임명을) 몇 달 더 지켜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대 교수는 최근 한·중 관계 악화가 대사 부임이 늦어진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주펑(朱鋒) 난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은 “대사 선임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사안이 있을 수 있지만, 양국 관계에서 대사의 임시 공석은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당국이 간첩 혐의로 한국인 반도체 기술자를 구속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중국 내 한국 기업과 교민사회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살던 한국 교민 50대 A씨는 지난해 12월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된 뒤 지난 5월 구속됐다. 한 기업 관계자는 “본국에 현지 상황을 보고하는 것만으로도 반간첩법에 걸려들까 조심스럽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국가안전부는 지난 28일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식 계정을 통해 ‘반도체 기술 유출’을 다룬 미니 드라마를 연속 공개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A씨의 체포·구속 소식이 처음 알려지기 직전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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