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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사생활에 과도한 관심·은둔생활 금물
풍성한 일상 꾸리기에 더 많은 에너지 써야

마음 에너지에는 한계가 있다.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살면 금세 지친다. 국가 차원에서도 한정된 자원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일이 중요한 것처럼, 심리에서는 정신력을 어디에 집중할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하루 중에 자신이 주의를 가장 많이 기울이는 대상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다른 데 신경 쓰지 않고 한 시간 내내 인스타그램에서 타인과 그의 삶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나면 기분이 어떻게 변할까. 십중팔구, 불안해지거나 분노하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보다 내가 못나 보이면 초조해지고, 상대가 잘못했다고 여겨지면 화를 낼 것이다. 비교는 불안을, 판단은 분노를 부른다. 아무리 중립적으로 대상을 바라보려고 애를 써도 우리 마음은 자동적으로 누가 누가 더 잘났을까 비교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이런 심리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는 다르게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이들도 있다. 심리 서적을 지나치게 탐독하고 관련 유튜브만 몰아보는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마음 공부는 필수다. 심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타인과 불화하고, 자신을 애꿎게 괴롭히게 된다. 그런데 이것도 과하면 문제가 된다. 인간은 정신 세계에서만 머물 수 없다. 생생한 실제를 체험해야 건강할 수 있다.

자기 내면으로 파고들면 우울해진다. 자기 초점적 주의(Self-focused attention)의 함정에 빠지기 때문이다. 열등감, 낮은 자존감, 과거의 상처 같은 마음속 그림자에만 집중하고, 밝게 빛나는 자아상을 제대로 보살피지 않게 된다.

우리가 주의력을 쏟아야 하는 또 다른 영역은 일상이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먹고,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에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온 힘을 다해 하루를 살아내면 만족감이 찾아온다. “아, 날아갈 듯이 행복해!”까지는 아니라도 “하루를 허투루 흘려보내지는 않았구나” 하고 안온함을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위의 세 가지 영역에 각자 나름대로의 비율로 관심을 나눠 쏟으며 살아간다. 정신과에서 진료하다 보면 관심이 이 중 한 곳으로만 치우친 이들을 종종 본다. 지나치게 타인만 신경 쓰는 이는 불안에 취약하고,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 자신의 마음속으로만 파고드는 습관이 있다면 우울감에 젖어있을 가능성이 크다. ‘나의 일상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에 관심이 큰 사람은 충만함을 느끼며 산다.

이건 진료실을 찾아오는 환자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다른 사람에 대한, 그것도 타인의 사생활과 개인사에 과도하게 관심을 쏟고 이러쿵 저러쿵 논평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 반대로 사회와 담을 쌓고 자기에게만 몰두하는 은둔형 청년도 급증하고 있다. 이런 사회가 건강할 리 없다.

타인:마음:일상에 쏟는 마음 에너지의 비율이 1:3:6 정도면 적당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나?’를 궁금해하는 데 1만큼 관심을 가졌다면 그 세 배쯤 주의력을 써서 자기 마음을 돌아보자. 마음 공부를 3만큼 했다면 ‘어떻게 하면 일상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데는 그보다 두 배는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


김병수 정신건강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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