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조스 “언론 신뢰성 회복” 해명
LA타임스·USA투데이도 ‘중단’
“언론사의 대선 후보 지지는 (독자에게) 편향적이고 독립적이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이를 중단한 것은 원칙적이고 올바른 결정이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36년간 이어져 온 특정 후보 지지 관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수십 만명의 구독 취소와 자사 구성원들의 사임이 잇따르자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28일(현지시간)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온 WP의 이번 결정이 베이조스와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직접 WP에 기고문을 올려 지지 관행 중단 이유는 ‘언론 신뢰성 회복’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이번 결정을 두고 베이조스가 소유한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 등의 주요 고객이 미국 정부임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의식한 ‘눈치 보기’라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베이조스는 그러나 “이번 결정에 따른 어떤 종류의 대가도 없었다”며 “전적인 내부 결정 사항이며, 블루 오리진의 최고경영자(CEO) 데이브 림프가 (관행 중단) 발표 당일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났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고 해명했다.
베이조스가 직접 해명에 나설 만큼 이번 결정에 따른 후폭풍은 거세다. 미국 공영 라디오 NPR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까지 20만명 이상이 WP 온라인 구독을 취소했으며 오후에도 취소가 이어졌다. 윌리엄 루이스 WP CEO가 지난 25일 대선 후보 공식 지지 중단을 선언한 지 3일 만에 전체 구독자 250만명의 8%가 유료 구독을 해지한 것이다. 회사 내부에서는 편집위원 3분의 1과 칼럼니스트 2명이 결정을 비판하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WP 외에도 이번 대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 공개 지지를 중단하겠다는 언론사들은 늘고 있다. 지난 23일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주의 최대 신문사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 역시 2008년 이후 유지해온 민주당 지지 표명 관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으며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던 USA투데이도 25일 올해 대선에서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주로 민주당을 공개 지지해온 언론사들의 ‘이탈’ 선언 배경으로는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사를 향해 보복을 서슴지 않아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가 꼽힌다. 특히 베이조스처럼 사주가 언론사 외에도 여러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복을 더욱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결국, 언론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민주당 지지세도 약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신문사는 10곳 미만이지만,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 신문사는 약 80곳에 이른다. 그러나 2016년 240곳의 신문사가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2020년 120곳의 신문사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