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입장차이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026학년 의대 입시가 전면 중단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본 동경대 의대에 1969학번이 없는 배경을 설명하면서, 2025년 3월에도 의대생들이 복귀 하지 않으면서 전국 의대의 교육 여건이 악화해 결국 2026학년 의대 입시가 없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 위원장은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동경대에는 69학번이 없다. 아예 입시 자체가 없었다”며 “수업 일수 부족으로 전교생 유급이 불가피해 보이자, 입시 역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동경대 측은 어떻게든 입시 불실시만은 피하려 했으나 문부성 측과 거듭된 협의 끝에 결국 12월 29일 이듬해 입시 불실시를 결정하게 된다”며 “학교 전체가 수업 거부와 점거 농성 상태이고, 모든 학생이 유급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입시가 불가능했던 것”이라고 적었다.
동경대 69학번 사례는 앞서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21일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의료개혁의 절대적인 걸림돌이 됐다”고 주장하며 꺼내든 내용이다.
당시 의학한림원은 “일본 동경대에 69학번이 없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지난 1968년 1월 당시 동경대 의대생들은 의사법 개정에 반대하며 수업을 거부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이 캠퍼스에 투입됐다. 이에 반발해 다른 단과대 학생들까지 수업 거부에 합류했고 1년 뒤에야 사태가 해결된다. 동경대는 무기한 수업 거부로 전교생 유급이 불가피해지자 교육 질 저하를 우려,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동경대에 69학번이 없는 이유는 학생들의 수업 거부로 인해 새로 신입생을 받을 경우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며 “교육의 질을 지키기 위한 일본 정부의 노력이 돋보이는 결정이었으며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려는 타당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의학한림원은 “반면 정부는 공든 탑인 의료와 의학교육을 무너뜨리면서까지 의대 2000명 증원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단 위원장은 ‘고등학교 2학년 학부모님들께’라는 글에서 “만약 정부가 4500명 모집을 강행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2025년 3월에도 학생들이 여전히 수업을 듣지 않을 경우 어떻게 될까요”라며 “일단 올해 수업을 듣지 않아 유급된 학생 3000명에 신입생 4500명을 더하면 한 학년이 7500명이 된다. 애초 7500명이 아니라 6000명이 되어도 교육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정상적인 정부와 학교라면 기존 정원인 3000명 모집조차도 재고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다면 더 나아가, 후년인 2026년은 어떻게 될까요”라며 “현재 전국 의과대학의 교육 여력과 동경대 사례를 참고하면 2026년도 의대 입시는 전면 중단, 즉 전국 의과대학 모집 정원은 0명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증원 정책으로 현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수혜를 입을지 모르겠지만, 현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오히려 의대 진학의 기회가 완전히 박탈될지도 모르는 것”이라며 “사태가 어떻게 수습되냐에 따라 2027년 의대 입시도 정상화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의대 모집이 중단되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이공계열의 합격선도 연쇄적으로 상향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동경대는 그해 9월 입시 불실시를 논의하기 시작했고, 결국 12월 입시 불실시를 결정한다”며 “대한민국 교육부와 각 대학은 대책을 강구하고 있을까요. 문제는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각 대학 수시 모집 요강에 ‘모집단위 및 모집인원은 학생 정원 조정 결과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니 각 대학 입학처의 문제 인식은 그나마 나은 편이려나요”라며 “2025년과 2026년. 정상적인 대학 입시가 가능할까요. 윤석열정부의 어설픈 정책이 얼마나 심각한 파문을 일으킬지 면밀히 들여다보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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