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고향이자 부친 부 일군 지역
가족·밴스·머스크·존슨 등 총출동
“다시 아메리칸드림 이루게 할 것
모든 경합주서 우리가 승리” 주장
맨해튼서 ‘反트럼프’ 집회도 열려
“카멀라, 당신은 해고야!(You’re fired)”
11월 미국 대선의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을 9일 남겨 놓은 27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대형 경기장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가진 유세에서 자신이 진행한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의 유행어를 빗대 이렇게 말하자 운집한 2만여명 지지자들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팻말을 흔들며 ‘유에스에이’(USA∙미국)을 연호했다.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의 소개로 유세 주제가인 ‘신이 미국을 축복하라‘ 노래를 원곡 가수 리 그린우드가 직접 부르는 가운데 연단에 오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가 사랑하는 도시로 돌아와서 기쁘다”며 “아주 간단한 질문부터 하겠다. 4년 전보다 지금이 나은가”라고 외쳤다. 이어 “다시 아메리칸드림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며 “그들(조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더 이상 우리나라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모든 경합주에서 우리가 이기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상상이나 했는가”라고 감탄하기도 했다. 오후 5시에 시작하기로 돼 있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은 2시간이나 지난 오후 7시에 시작됐다. 그는 약 1시간 30분이 넘는 시간 지친 기색도 없이 연설했다.
매디슨 스퀘어 가든이 위치한 31번가∼33번가는 맨해튼의 중심이다. 뉴욕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지만 이날 만큼은 맨해튼은 ‘트럼프 월드’였다. 오전 일찍부터 매디슨 스퀘어 가든 주변으로 모여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빨간색 모자를 쓰고 유세가 끝난 오후 9시 넘어서까지 종일 주변 지역을 드나들었다.
빨간 모자 군단엔 백인 지지자들도 많았지만 라틴계, 흑인, 아시아계도 적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세가 강한 농촌 지역 유세에 주로 백인 지지자들로 가득한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유세장 앞에서 만난 인도계 이민자 니하(45∙여)는 “나는 늘 트럼프를 지지해왔다”며 “모든 면에서 트럼프를 지지하지만, 특히 합법 이민자들이 불법 이민자들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것을 참을 수 없기 때문에 트럼프의 국경 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니하는 15년 전 미국으로 이주해왔으며 지금은 맨해튼에 거주하는 미국 시민이다. 역시 빨간 모자를 쓰고 유세장 앞 대형스크린으로 유세를 지켜보던 흑인 마이크(31∙남∙퀸즈 거주)에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흑인 남성들에게 해리스 부통령을 뽑으라고 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닥쳐, 오바마’라고 말하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날 유세엔 멜라니아 뿐만 아니라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에릭 트럼프, 며느리 라라 트럼프 등 가족들 뿐만 아니라 부통령 후보 J D 밴스 오하이오 상원의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 거물들이 총출동해 그 규모가 전당대회를 방불케 했다. 대중 연설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진 멜라니아는 최근 책 출간 후 외부 활동을 늘린데 이어 이날 머스크의 소개로 연단에 등장해 약 3분간 짧게 연설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 내내 옆에 서 있는 등 달라진 모습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부터 “뉴욕에서 유세를 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해 왔으며,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가능하면 뉴욕에서 이기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는 뉴욕에서 부동산으로 부를 일궜다. 이날 며느리 라라 트럼프는 “뉴욕이 트럼프를 만들었지만, 또한 트럼프가 뉴욕을 만들었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개인적인 인연에 더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뉴욕이 민주당 우세 지역인 만큼 ‘적진’에서 유세하는 것의 상징적 의미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날 맨해튼에선 저항도 적지 않았다. 매디슨스퀘어 옆 펜스테이트 기차역 앞에선 종일 반트럼프 집회가 열렸고, “트럼프는 파시스트” 팻말을 들고 집회장 주변을 다니는 사람도 눈에 보였다. 두 차례의 피격 사고를 의식한 듯 이날 매디슨 스퀘어 가든 주변은 도로가 폐쇄됐으며 경계도 삼엄했다. 집회에 참가한 에릭(59)은 “트럼프가 뉴욕에서 유세하는 것을 봐야 하다니 정말 참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세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막말‘도 눈총을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어린시절 친구 데이비드 렘은 해리스 부통령을 ‘반예수적 인물‘, ‘악마‘라고 불렀다.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푸에르토리코를 “쓰레기 섬”이라고 지칭해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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