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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서 “아∼파트 아파트”… K서브컬처 녹인 음악에 열광

입력 : 2024-10-28 20:58:58 수정 : 2024-10-28 20:5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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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로제 ‘아파트’ 글로벌 열풍

술자리 게임서 영감… 브루노 마스와 협업
뮤직비디오 공개 5일 만에 1억뷰 돌파 기록
K팝 女 솔로 첫 스포티파이 글로벌·美 1위

전문가 “젊은 세대·서브컬처에 중점 성공
새로움 대한 관심·韓 문화 동경 시너지”
다른 한국 문화·윤수일 ‘아파트’도 관심

“채영이(로제의 한국명)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블랙핑크 로제가 한국의 술자리 게임에서 영감 받아 만든 ‘아파트(APT.)’가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 18일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5일 만에 1억뷰를 돌파했다. 스포티파이 글로벌·미국 차트와 아이튠스 월드와이드 차트, 유튜브 실시간 인기 급상승 음악 부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K팝 여성 솔로 가수가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와 미국 차트 1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서도 3위를 차지한 레이디 가가와 브루노 마스의 ‘다이 위드 어 스마일(Die With A Smile)’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서 K팝 여성 가수가 기록한 사상 최고 성적이다.

걸그룹 블랙핑크 로제와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협업한 노래 ‘아파트(APT.)’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기 비결에 대해 젊은 세대와 서브컬처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은 지난 25일 브루노 마스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엠넷 음악 순위 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 1위 소식을 알리며 한글로 적은 소감. 더블랙레이블 제공

K팝은 최근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아파트(APT.)’의 인기도 어느 정도 예상돼 있기는 했다. 이미 전 세계에 팬덤이 있는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와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함께한 노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아파트(APT.)’의 인기는 기존 K팝 인기와 다소 다르다. 가수가 가지고 있던 기존 인기에 편승하거나 주류 문화를 노래에 활용해 인기를 얻지 않았다. ‘아파트(APT.)’는 젊은 세대와 서브컬처(하위문화)에 지극히 중점을 두고 있다. 더불어 칼군무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멜로디와 가사 등 기존 K팝의 음악적 공식을 그대로 따라하지 않았다. 자유분방하게 팔과 다리, 그리고 머리를 흔드는 안무를 선보였으며, 노래의 멜로디는 단순했다.

앞서 로제는 소속사 더블랙레이블을 통해 “함께 작업하던 스태프에게 내가 정말 좋아하는 ‘아파트 게임’을 알려주다가 곡 작업을 시작하게 됐고, 이후 브루노 마스가 합류해 곡을 완성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노래에는 한국 젊은 세대가 술자리에서나 불렀던 ‘아파트 게임’의 리듬이 그대로 담겨 있다. 심지어 ‘아파트먼트(Apartment)’가 아닌 한국에서만 쓰이는 영어식 표현인 ‘아파트’가 수차례 반복된다.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를 기반으로 한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리듬이 누구나 쉽게 노래에 빠져들게 한다. 여기에 로제와 브루노 마스는 뮤직비디오에서 노래를 부르며 손을 위아래로 교차하는 아파트 게임도 실제로 한다.

이러한 매력 덕분에 유튜브나 틱톡, 인스타그램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아파트(APT.)’를 부르며 아파트 게임을 하는 영상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독일과 호주 등 해외 클럽에서 노래에 맞춰 한국식으로 “아파트”라고 따라 부르는 영상이 인터넷상에서 인기를 얻었으며, 브라질에서 열린 브루노 마스 콘서트에서 관객들이 “아파트 아파트”를 외치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공개됐다.

노래 인기는 다른 한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로제는 잡지 ‘보그’와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그는 직접 김치볶음밥, 마른오징어에 찍어 먹는 청양고추·마요네즈 소스, ‘소맥’을 만드는 모습 등을 보여줬다. 이후 로제를 따라 김치볶음밥 등을 하는 영상이 SNS에 올라오고 있다. 또한 1982년 발표된 가수 윤수일의 노래 ‘아파트’도 국내 팬들을 위주로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새로운 음식이나 놀이 등은 누구나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관심사”라며 “여기에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동경과 관심 등이 합쳐지면서 노래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노래의 성공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한국 가수가 팝스타와 함께 콩글리시로 음악을 냈다는 점도 달라진 K팝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멜로디와 가사가 중독적인 것도 맞지만 놀이성인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의 영향이 크다”며 “국내든 해외든 젊은 세대의 특징은 공유 문화, 또래 문화라는 점이 있는데, ‘아파트(APT.)’는 K팝을 넘어 한국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많은 시점인데 한국에 실제로 이런 술자리 노래가 있다는 부분에서 시너지가 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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