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주요국 증시 수익률 중 코스피가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도 경기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는 내년 경제가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약세, 하반기 강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업종별 성장 격차도 커져 투자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으로 진단했다. 증권가는 지난해에도 올해 한국 경제에 대해 상저하고 전망을 내놨지만 하반기 부진은 이어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내년 코스피가 2300~2800선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경기둔화에 대한 수요부진이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대준 연구원은 “지난 18일 기준 2025년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는 229조원으로 사상 최초로 200조원을 상회한다”면서도 “이 추정치는 고점이었던 8월보다 5.6% 낮아진 수치로 반도체 업황 둔화로 순이익이 더 낮아질 경우 두 자릿수 이상 감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투는 내년에는 정책적인 요인이 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 47대 대통령이 추진할 정책들은 정당에 관계없이 금리 인하 효과를 상쇄할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예고한 내년 3월 이후에 공매도 재개되는 것도 수급상 불리한 요인으로 봤다. 다만 “후반에는 통화완화정책이 6개월 이상 지속하면서 경제전반에 저금리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흐름상 지수에 투자하려면 2분기를 저가 매수 시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SK증권은 내년 코스피 추정치를 2416~3206포인트로 추정했다. 내년 경기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조준기 연구원은 “올해 연말에서 내년 연초 발생할 수 있는 재정적자 관련 문제의식과 작은 폭의 경기 둔화를 근거로 연초에는 리스크를 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이슈는 빠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실제 경기가 돌아서는 방향성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SK증권은 금리하락 수혜를 받는 제약·바이오주의 선방을 예상하면서도 이차전지와 반도체는 내년에도 약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봤다. 조 연구원은 “이차전지는 공급과잉, 수익성 훼손 심화 등 이유로 상대적으로 비선호 하고 반도체는 인공지능(AI)쪽 수요는 강력하나 재고조정 등 레거시 업황에 대한 우려가 걷히기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내년 경제가 수치상 경기가 좋아 보이지만 체감경기는 나빠지는 ‘착시경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하건형 연구원은 “기술집약 산업 중심 성장 속 중국발 제조업 공급 과잉과 선진국 이민자 유입 효과, 차별적 긴축 충격 등으로 부문별 차별적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과 첨단산업, 대기업에 집중된 성장 속에 실물 지표 대비 체감 경기는 부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달러 기조가 유지되는 현상도 불안요인으로 봤다. 하 연구원은 “한국은 2010년대 중반 이후 미국 주도의 빅테크 사이클에서 소외되며 주도 산업 내 점유율이 약화돼 원화 가치가 하락해 왔다”며 “구조적 요인을 고려했을 때 향후 2~3년은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심으로 고착화할 가능성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은 내년 한국의 수출 둔화를 점쳤다. 임혜윤 연구원은 “한국의 반도체 수출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했고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 심화는 일시적인 마진률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며 “수출증가율은 내년 2분기를 저점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높지만 주력 수출품목에서 중국과 경쟁 심화는 치열하게 고민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편 국내 증시는 여전히 꼴찌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25일 기준 지난 3개월 간 주요 지수 수익률을 보면 코스닥은 -8.76%, 코스피는 -4.70%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6.11%), 나스닥(+7.1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7.61%), 유럽 유로스톡스50(+2.24%), 일본 닛케이225(+0.12%), 대만 가권(+2.08%), 홍콩 항셍(+21.16%) 대비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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