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독트린 발표 때 “국제사회 확산”
정작 北사람 많은 러 주재관 줄여
‘정부 통일의지 잘못된 메시지’ 지적
북·러 조약 체결 이후 전방위 교류
전문가 “러, 통일 협조 중요 국가”
‘韓, 대러관계 소홀’ 인식 줄 우려도
러시아 파견 통일관은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됐음에도 좀처럼 실행되지 못하다 2012년 이명박정부 들어 가까스로 만들어졌다.
류우익 당시 통일부 장관이 통일관 파견 현황을 보고 턱없이 부족한 현황에 놀라 개선을 지시해 러시아, 독일 주재관을 새롭게 신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계획대로 주러 통일관을 폐지하면 불과 12년 유지하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셈이다. 2일 주러 한국대사관 통일관 폐지 소식에 전문가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북·러 접촉이 급증한 상황에서 러시아 주재 통일관 폐지는 정책 수요에도 역행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는 북한 관련 정보 수집과 분석에 가장 중요한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9월, 올해 6월 북·러정상회담에 이어 연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동맹조약으로 평가되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 후 군사, 정치, 사회, 문화, 경제 등 전 분야에서 접촉이 일어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하는 북한 대외관계 소식란에는 북·러 양측 당국자, 사회조직 등의 회담, 협정체결, 관광, 행사 참여 등 소식이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다.
비공개 접촉을 비롯해 러시아에 파견된 노동자와 유학생, 식당과 사업체 등의 움직임까지 포함하면 러시아에서 북측과의 접촉, 교류는 곳곳에서 상시로 일어나는 중으로 봐야 한다. 코로나19로 국경봉쇄 조치 당시 북한에 공관을 둔 국가들이 자국 외교관을 모두 철수시켰지만, 러시아 외교관들은 유일하게 평양에 있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북한 관련 동향을 파악할 유일한 창구로 꼽혔다. 북한의 국경봉쇄는 아직도 다 해제되지 않았다. 한 명의 외교관이라도 더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존재하는 통일관까지 폐지하는 것은 대러 외교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메시지로도 읽힐 수 있다.
통일과 국제사회 협력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도 배치된다. 통일부는 국제협력이 중요하다며 지난해 조직개편 때 통일협력국까지 신설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분단이 국제정치의 산물이었듯이, 통일은 우리 혼자 이뤄내기가 쉽지 않다”며 “통일 대한민국이 세계의 평화에 기여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국제사회에 널리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 주민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는데, 북한 주민이 가장 많이 나와 있는 국가는 러시아, 중국 정도다.
북한은 현재 통일을 부정하고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합법적 핵보유국 지위를 얻기 위한 국제적 여론전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담론 싸움의 최전선이 될 러시아에서 통일관을 배제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해외 주재관 및 대러 외교 관련 업무에 정통한 한 인사는 “북한이 제일 열심히 활동하는 곳이 러시아인데 러시아 통일관을 없앤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외교부와 통일부가 따로 있는 이유가 있다. 통일부에서 북한 관련 업무를 훈련한 사람이 나와서 업무를 보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과 통일관은 업무도 할 일도 완전히 다른 것”이라며 “통일관을 보내지 않는 것은 그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 또 다른 한 인사는 “독일 통일에서 소련과의 외교적 합의가 가장 중요했듯이,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 등 이슈가 있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러시아는 한반도 통일 협조에 중요한 상대”라며 “통일관 폐지는 단견”이라고 했다. 이 인사는 “분단국가에서 통일관은 존재 자체가 상징”이라며 “축소 자체가 곧 메시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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