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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2년을 맞는 프로야구 KBO리그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국민 스포츠이다. 610경기 만에 900만 관중을 돌파하더니 사상 첫 ‘1000만 관중’시대를 열었다. 지난 8월 사상 최악의 폭염과 파리올림픽도 야구의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메이저리거 투수인 류현진(한화)의 복귀와 새로운 아이콘 김도영(기아), 고졸 최고 마무리 투수 김택연(두산) 등 흥행 요인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20대·미혼·여성이 대거 직관에 나서면서 붐을 이끌었다.

외국인 선수들의 선전도 한몫했다. KBO에 ‘용병’이라 불리는 외국인 선수를 도입한 것은 1998년부터다. 국내 선수만으로는 수준 높은 경기를 운영하기 어려워서다. 다음 해까지 드래프트로 선수를 지명했지만 2000년부터 자유계약제로 바뀌었다. 외국인 선수는 미국, 일본 프로야구리그와의 경기력 차이를 줄이는 데 이바지했다. 팀당 27명의 엔트리 가운데 고작 3명인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팀 전력의 50%를 넘는다. 외국인 선수가 잘하면 “용병농사 잘 지었다”고 표현한다. 잘 뽑은 외국인 선수가 가을 야구의 바로미터라는 말도 나왔다.

올해 타점왕에 오른 오스틴은 29년 만에 LG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잠실을 홈구장으로 쓴다는 뜻에서 ‘잠실 오氏’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정규 시즌이 끝난 뒤 분야별 순위표 최상단은 타율은 에레디아(SSG), 홈런은 데이비슨(NC)이 자리했다. 이들이 가는 곳마다 ‘여권 압수’라는 응원 문구가 목격된다. 투수 부문에서는 네일(기아), 하트(NC)가 각각 평균 자책점과 탈삼진 1위를 석권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롯데로서는 KBO 단일시즌 최다안타(202개) 기록을 세운 레이예스가 위안거리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사상 첫 5위 결정전에서 KT를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이끈 것도 로하스다.

외국인 선수들은 언어·문화, 음식 차이로 어려움을 겪는다. 감독과 선수 간 갈등도 대부분 여기서 비롯된다. 개방적이고 활달한 성격으로 더그아웃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는 선수들도 많다. 외신들마저 주목한 KBO만의 삐끼삐끼춤과 떼창 문화 때문인지 올해는 유독 개인보다 팀을 우선하는 용병들의 품성과 성실성이 돋보인 한 해였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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