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물러날 곳이 없는 혈투인 ‘단두대 매치’는 총력전이 펼쳐지는 만큼 ‘한 끗’ 차이로 승부가 결판이 나곤 한다. 어느 때보다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하는 난세의 영웅이 등장해야 하는 순간이다. 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시즌 KBO리그 SSG와 KT의 5위 결정전도 치열한 접전 양상이었다. 나란히 72승 2무 70패로 정규시즌을 마친 두 팀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티켓을 놓고 맞붙었다. 5위 결정전이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절체절명의 순간 KT엔 ‘영웅’ 멜 로하스 주니어가 있었다. KT가 로하스의 멀티포를 앞세워 SSG를 4-3으로 꺾고 생존 경쟁서 승리했다. KT는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KT는 최종 5위, SSG는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KT의 승리 일등공신은 방망이가 불을 뿜은 로하스였다. 로하스는 1회말 SSG 선발 로니에스 엘리아스를 상대로 4구째 직구를 때려 선제 솔로포를 터뜨렸다. 이후 로하스는 1-3으로 KT가 역전당한 8회말 무사 1,3루 상황서 SSG의 ‘베테랑’ 김광현의 공을 받아쳐 짜릿한 역전 3점포를 쏘아 올렸다. 단숨에 경기 흐름을 뒤바꾸는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이날 멀티 홈런을 때린 로하스는 3타수 2안타(2홈런) 2득점 4타점 1볼넷으로 원맨쇼를 펼쳤다.
시즌 막판 부진했던 로하스였기에 이날 활약이 더 빛났다. 올 시즌 타율 0.329 32홈런으로 맹활약한 로하스는 시즌 막판 10경기에선 타율 0.256에 그치며 홈런을 하나도 때려내지 못했다. 지친 모습이 역력했던 로하스는 팀이 가장 중요한 순간 맹타를 휘둘렀다.
SSG는 선발 로에니스 엘리아스가 6이닝 2피안타(1홈런) 1실점 역투를 펼치고, 최정이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을 기록하며 활약했으나 팀의 패배에 아쉬움을 삼켰다.
이숭용 SSG 감독의 패착이 치명적이었다. 8회초까지 3-1로 앞서던 SSG는 8회말 수비 상황서 김광현 카드를 꺼내 들었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에이스’ 김광현은 올 시즌 평균자책점 4.93으로 부진했고, 지난달 28일 등판 후 이틀밖에 휴식을 취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이 감독은 김광현을 승부처에 투입했다. 그 대가는 컸다. 대타 오재일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한 김광현은 후속타자 로하스에게 역전 3점 홈런을 허용했다. SSG는 9회초 1사 1루 상황서 대타로 추신수를 투입하는 모험수를 택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추신수는 어깨 통증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듯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KT 마무리 박영현은 마지막 타자 최지훈도 삼진으로 잡아 4-3 승리를 완성했다.
이로써 올 시즌 가을 야구 대진표도 완성됐다. KT는 2일 서울 잠실 구장서 정규시즌 4위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펼친다. 또 다시 사생결단을 벌일 KT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두산에게 패배할 경우 그대로 시즌을 마감한다. 만일 KT가 승리하면 두산과 홈 2차전을 갖는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자는 3위 LG와 준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정규시즌 2위 삼성은 플레이오프, 1위 KIA는 한국 시리즈서 다음 상대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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