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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아쉬운 새 조력자들의 기량…흥국생명의 우승은 결국 김연경이 해줘야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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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0-01 09:25:47 수정 : 2024-10-01 09:2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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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롯데의 전설적인 투수 故 최동원은 당시 사령탑인 강병철 감독이 “동원아, 우짜겠노. 여까지 왔는데”라고 말하자 “마, 함 해보입시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고 다시는 나올 수 없는 불멸의 기록인 혼자 4승을 거두며 롯데의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안겼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현재. 종목은 다르지만 여자 프로배구에서도 그런 비슷한 상황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지난 두 시즌간 챔피언결정전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며 준우승에 그쳤던 흥국생명. 다가올 2024~2025 V리그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해선 故 최동원 같은 초인 같은 투혼이 필요할 듯하다. 그 투혼을 발휘해줘야 할 선수? 다들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배구 여제’ 김연경이다.

 

김연경에게 쏠린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결국 김연경이 해줘야 하는 게 현재 흥국생명 선수단의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경상남도 통영체육관에서 열린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조별예선 B조 첫 경기 일본 초청팀 아란 마레와의 경기에서도 김연경의 존재감은 대체불가급이었다.

 

흥국생명은 지난 비시즌 동안 선수단의 면면을 대규모로 바꿨다. 지난 두 시즌간 챔프전 준우승에 그친 것은 양 날개 위주의 단조로운 공격이 상대에게 읽혔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팀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주전 세터를 바꿨다. 지난 두 시즌간 주전 세터로 뛰었던 이원정을 페퍼저축은행으로 보내고, 어느덧 프로 11년차가 된 베테랑 이고은에게 키를 맡겼다.

 

이고은의 영입 효과는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치른 데뷔전부터 나타났다. 한결 나아진 볼배분과 공격루트 다변화로 흥국생명의 공격 작업을 이끌었다. 이고은은 이날 미들 블로커를 활용한 속공이나 이동 공격은 크게 활용하지 않았지만, 중앙 후위 공격을 적극적으로 가져가며 공격루트의 다변화를 꾀했다.

 

김연경도 이고은의 토스를 받아 강타와 연타를 적절하게 섞는 노련미로 아란 마레 코트를 맹폭했다. 이날 김연경의 성적은 서브득점 1개, 블로킹 2개 포함 17득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후위만 가면 수비에만 집중해야 했던 김연경이지만, 이날은 적극적으로 파이프 공격을 활용한 이고은의 토스를 받아 후위 공격도 2개를 성공시켰다. 공격 성공률은 51.85%, 범실은 단 2개에 불과한 순도 100%의 활약이었다.

 

다만 김연경의 부담을 덜어줘야 할 새 동료들의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7순위로 흥국생명의 지명을 받은 투트쿠 부르주(튀르키예)는 공격 성공률은 31.82%로 떨어졌다. 잘 세팅된 공격에서는 그나마 괜찮은 모습을 보였지만, 외국인 아포짓 스파이커가 존재감을 뽐내야할 이단 연결된 오픈 공격에서는 약점이 커보였다. 팀 내 최다인 18점을 올리긴 했지만, 장점보다는 약점이 더 커보였다.

 

아시아쿼터 미들 블로커 황 루이레이(중국)는 더 아쉬웠다. 속공은 다소 투박했고, 공격 작업에는 그리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공격 득점은 단 3점에 불과했다. 197cm의 큰 신장을 앞세워 블로킹을 2개를 잡아내긴 했지만, 동일한 신장으로 전날 현대건설전에서 블로킹 6개 포함 14점을 올린 페퍼저축은행의 아시아쿼터 미들 블로커 장위(중국)와 비교하면 여러모로 아쉬웠다.

 

아직 조직력이 다져지지 않은 아란 마레였기에 세트 스코어 3-0 완승이었지, 다른 팀을 만났으면 고전했을 게 분명했던 흥국생명의 경기력이었다. 다가올 V리그에서는 김연경의 어깨가 더 무거워질 전망이다.

 

경기 뒤 김연경은 이고은과 함께 수훈 선수 인터뷰에 들어섰다. 김연경은 “승리로 마무리해서 기분 좋다. 상대에 대한 데이터가 많이 없어 준비하기 쉽지 않았는데, 흐름을 잘 잡아 이겼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비시즌 동안 배구 외에 다른 일정이 많았던 김연경이지만, 철저한 몸 관리로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김연경은 “비시즌 동안에도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런닝, 사이클 등을 통해 꾸준히 훈련했다. 배구야 20년을 넘게 배구했기 때문에 파리 올림픽 일정을 마치고 팀에 합류해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선수들과 호흡을 차츰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보여준 경기력을 100점 만점에 어느 정도로 스스로 평가하느냐 묻자 김연경은 “60~70% 정도라고 말하겠다. 이래야 상대팀들이 뭐가 더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나”라며 장난기 섞인 대답을 내놓았다.

 

‘윙 스파이커의 면면을 보면 다가올 V리그에서는 더 많은 역할을 해줘야 할 것 같다’고 묻자 “제 비중을 줄이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 그렇게 보이셨나보다”라면서 “비시즌 때 중앙 활용도에 대한 고민이 많아서 그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 미들 블로커들의 공격이나 저를 비롯한 아웃사이드 히터들의 중앙 후위공격(파이프) 옵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연경은 주로 공격을 하는 왼쪽뿐만 아니라 오른쪽에서도 잘 때리는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김연경은 “포지션적으로 오른쪽에서 공격을 해야할 때가 있어서 훈련할 때도 많이 연습했다. 디테일적인 것은 다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고은 선수와 스위치해서 오른쪽에서 하는 걸 많이 훈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KOVO컵은 한여름에 열렸다. 김연경은 선수단과 동행했지만, 웜업존만 지키며 경기엔 뛰지 않았다. V리그가 임박해 열리는 이번 KOVO컵에는 출전도 하고, 마음가짐이 완전 다르다. 김연경은 “KOVO컵이 진짜 큰 대회로 격상된 것 같다. 그전만 해도 외국인 선수도 나올 수 없고, 부상자도 많아서 뛰지 못하는 선수들도 많았다. 이번엔 모든 팀이 풀 전력으로 임하니까 여기에서 우승하면 그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며 우승을 향한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통영=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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