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와 GS칼텍스의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개막전이 열린 29일 경남 통영체육관. 이날 경기는 지난 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보수상한선인 8억을 꽉 채워 최고대우 계약에 GS칼텍스에서 도로공사로 둥지를 옮긴 강소휘의 데뷔전으로 주목을 받았다.
강소휘는 2015~2016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GS칼텍스의 유니폼을 입은 이후 9년간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다. 지난 봄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강소휘는 GS칼텍스의 민트색 유니폼을 벗고 도로공사의 네이비색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이제 ‘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과 더불어 V리그 ‘연봉퀸’이다. 도로공사는 2년 만의 V리그 챔피언 트로피 탈환을 위해 FA 최대어 강소휘를 거액을 주고 붙잡았다.
공교롭게도 강소휘가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고 치르는 데뷔전의 상대가 친정팀인 GS칼텍스다. 강소휘로선 꽤나 부담스런 상황. 경기 전 만난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강)소휘는 아직 팀에 적응하고 있는 단계다. 연습 경기 때 보면 플레이의 기복이 크다. 소휘 본인도 새로운 팀에 와서 부담감이 있을 것이다. 부담감을 내려놓고 자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까지 동료였던 선수들과 코트 반대편에서 네트를 마주보는 상황에서 강소휘는 자신의 몫을 다 했다. 특유의 해맑은 미소로 공수에 걸쳐 토종 에이스 역할을 다 해냈다. 서브 득점 1개 포함 16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은 36.59%였고, 범실은 단 2개였다.
이날 승부를 가른 것은 외국인 선수들의 화력이었다. 지난 시즌 득점 1위(1005점), 공격 종합 1위(46.80%)에 오르며 최강의 외국인 선수로 군림했던 GS칼텍스의 실바의 화력은 이날도 여전했다. 강소휘의 FA 이적을 비롯해 주전 리베로 한다혜도 FA로 페퍼저축은행으로 둥지를 옮겼고, 정대영, 한수지 등 베테랑 선수들이 모두 현역 은퇴하면서 최약체로 분류됐던 GS칼텍스는 언제든 파워넘치는 강타를 때려내주는 실바의 존재감을 앞세워 도로공사를 풀 세트 접전 끝에 3-2(25-19 23-25 22-25 25-19 15-13)로 이겼다.
실바는 이날 양팀 통틀어 최다인 39점을 올렸다. 후위 공격 16개, 블로킹 3개, 서브득점 5개를 기록하며 트리플 크라운도 달성했다. 여기에 아시아쿼터 외국인 선수인 와일러(호주)도 블로킹 6개 포함 23점(공격 성공률 43.24%)을 올렸고, 강소휘의 빈 자리를 대신한 권민지도 17점을 올리며 새로운 삼각편대의 한 축을 담당했다.
반면 도로공사는 1세트만 해도 부진했던 새 외국인 선수 니콜로바가 2세트부터 맹위를 떨치며 분전했다. 니콜로바도 블로킹 3개, 서브득점 4개, 후위 공격 6개를 성공시키며 트리플 크라운으로 맞불을 놓았지만, 실바에게 대항하기엔 다소 부족했다. 여기에 결정적인 차이는 아시아쿼터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었다. 도로공사의 유니(쿠바/카자흐스탄)는 11점에 그치며 와일러와의 맞대결에서 완패했다.
세트 스코어 2-2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돌입한 5세트는 매 포인트마다 요동쳤다. 세트 초반만 해도 GS칼텍스가 6-0까지 앞서나갔으나 도로공사가 이후 끈질긴 추격전을 펼치며 7-7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위기에 몰린 GS칼텍스의 해결사는 역시 실바였다. 실바는 오픈 공격을 성공시키며 도로공사의 추격전을 멈춰세운 뒤 곧바로 서브득점을 터뜨렸다. 이후 실바의 후위 공격과 와일러의 블로킹까지 터져나오며 GS칼텍스가 11-7까지 달아나며 승기를 굳히는 듯 했다.
도로공사도 이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실바의 서브 범실 이후 곧바로 니콜로바가 서브득점을 터뜨린 데 이어 강력한 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들어 11-10까지 따라붙었고, 실바의 공격 범실까지 나오며 도로공사가 11-11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니콜로바의 서브쇼는 계속 됐다. 또 한번의 강서브로 GS칼텍스의 리시브를 흔들었고, 와일러의 오픈 공격을 배유나가 가로막으며 도로공사가 12-11 역전에 성공했다.
GS칼텍스에는 실바가 있었다. 실바의 백어택으로 다시 12-12 동점을 만든 뒤 실바의 백어택이 연이어 터져나오며 14-12 매치포인트에 도달했다. 배유나의 오픈성 개인 시간차로 한숨을 돌렸지만, 전새얀의 서브가 엔드라인을 벗어나며 길었던 승부는 GS칼텍스의 승리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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