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에 ‘전력 다해 폭격’ 권한도 부여
레바논 공습 이어가… 23명 또 사망
WSJ “이 우파연정 강경대응 부추겨
네타냐후 권력 유지 위해 외면 못해”
美 국방부 “지상전 임박한 상황 아냐”
유엔 사무총장 “레바논에 지옥문” 경고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해 대규모 공습을 쏟아붓고 있는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마이웨이’를 고수하며 군사작전을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미국과 프랑스 등 국제사회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21일간 휴전을 제안하고 나서는 등 확전 차단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휴전은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도 레바논 공습을 이어갔다. 레바논 관리들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시리아 노동자와 가족 등 23명이 사망했다. 알리 하미에 레바논 교통장관은 로이터통신에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레바논과 시리아를 잇는 다리가 일부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25일 영상 연설에서 “우리는 헤즈볼라가 상상도 못했던 타격을 가하고 있다”며 “우리는 힘과 책략으로 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스라엘 북부에서 피란 간) 주민들을 집으로 안전하게 돌려보내기로 결심했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며 “이들이 귀환할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도 네타냐후 총리가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태이지만 분쟁을 끝내라는 압력에 저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체는 지지 기반이 약한 네타냐후 총리가 권력 유지를 위해 자신을 총리로 만들어준 우파 연정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26일 유엔총회가 열리는 미국 뉴욕에 도착해 27일 총회 연설을 할 예정인데 기존의 강경노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궤멸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하마스보다 월등한 군사력을 갖춘 헤즈볼라까지 상대하며 ‘2개의 전선’을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군사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을 진행하면서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 상황이다. 미 국방부 사브리나 싱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이 지상전 돌입도 시사했다는 관측과 관련, “우리가 (이스라엘) 북부 국경에서 목격하는 것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헤즈볼라 간 공격을 주고받는 맞대응(tit for tat)의 증가이며 이것은 우리의 우려 사항”이라면서도 “임박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헤즈볼라가 북한과 이란의 도움으로 구축한 땅굴 등에 의존해 주요 전력을 보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로이터는 25일 헤즈볼라가 2006년 이스라엘과 한 차례 전쟁을 치른 이후 이란과 북한의 도움을 받아 총연장 수백㎞의 거미줄 같은 땅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전했다. 땅굴 중 일부는 중장비를 운반할 수 있을 만큼 거대해 압도적 화력을 퍼붓는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버텨낼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동 내 확전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한층 더 긴박해졌다. 유엔총회에 모인 각국 지도자들은 일제히 확전을 막아야 한다며 양측에 자제를 호소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레바논에 지옥이 열리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일시 휴전을 위한 외교적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21일간 휴전하는 내용의 협상안을 제시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레바논 국경에서의 교전을 일시 중단하고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외교적 합의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스라엘 총리실은 “미국과 프랑스의 (휴전) 제안에 (네타냐후) 총리가 아직 응답하지 않았다”며 휴전 가능성을 일축했다. 26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총리실은 “네타냐후 총리는 군에 전력을 다해 (헤즈볼라를) 폭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카츠 외무장관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북부에선 휴전이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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