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5개의 섬’ 신안군은 전국 1위
수입금은 군민 연금으로 줘 인기
해·바람으로 지방소멸까지 해결
5억년 전 지구의 평균 기온은 30도에 달했다. 지금 지구 평균 기온 16도와 비교하면 무지하게 더웠던 셈이다. 당시 지구 생물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걱정할 게 하나도 없다. 육상에는 아무도 안 살았으니 말이다. 덥기도 하거니와 대기압이 너무 높아서 바다 바깥으로 나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 그때는 왜 그렇게 덥고 대기압이 높았을까? 대지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엄청나게 높았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가 조금씩 바다에 녹아들었고 이들은 바다에 있는 칼슘과 결합하여 조개껍데기, 산호, 흙으로 변해 갔다. 어느덧 육상으로 식물과 동물들이 조금씩 진출했고 약 3억6000만년부터는 지구에 거대한 나무가 등장했다. 이때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금보다 열 배나 높았다. 이산화탄소가 많으니 온도가 높은 것은 당연지사. 전 세계가 초열대기후가 되었고 매일 비가 내렸다. 광합성에 필요한 모든 조건이 갖춰졌다. 나무에는 천국이 따로 없었다.
산꼭대기의 아름드리나무가 뿌리 뽑혀 계곡으로 쓸려내러 간 장면을 상상해 보자. 계곡의 늪지대에는 뿌리 뽑힌 나무가 가득하다. 뿌리 뽑힌 나무는 죽는다. 죽은 나무는 썩어야 한다. 썩으려면 미생물이 필요하다. 이미 다양한 미생물이 많이 있었지만 아직 나무를 썩히는 나무는 없었다. 이제야 나무가 처음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죽은 나무는 어떻게 되었을까?
썩지 못한 채 열과 압력을 받은 나무에서는 수소와 산소 성분이 빠져 나가고 탄소 성분만 남았다. 그게 바로 석탄이다. 3억6000만년 전부터 약 6000만년 동안을 석탄기라고 한다. 물론 이때만 석탄이 생긴 것은 아니다. 강원도의 석탄은 고생대 석탄기와 페름기에 만들어졌고 전남 화순, 충남 보령의 석탄은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의 석탄이다.
석탄이란 아주 옛날 대기를 이루던 이산화탄소가 광합성을 통해 나무가 되었고 죽은 나무가 썩지 못한 채 땅속에 고이 간직되어 있는 탄소다. 석탄을 다시 태우면서 탄소가 이산화탄소가 되어 다시 대기로 돌아가고 있다. 그러니 지구 기온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 어떻게 할까?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다시 포집해서 땅속 깊숙이 가둬야 한다. 이것을 탄소포집기술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사람들의 능력을 보면 앞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 전에 먼저 당장 할 수 있는 게 있다. 더 이상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이다. 이게 가능하냐고? 가능하다. 2025년이 되면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은 석탄화력발전량을 넘어서게 된다. 세상에서 미국처럼 에너지를 펑펑 쓰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그런데 미국도 이미 석탄화력발전량보다 태양광과 풍력 생산량이 많다. 인도는 2024년 상반기에만 12.1GW의 태양광 발전량을 확보했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 12기 생산량이다. 풍력과 태양광 총 발전량이 132GW다. 경제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인도가 갑자기 지구 기후가 걱정돼서 이럴까? 아니다. 가장 경제적인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따지면 우리나라는 주요 국가 중 놀랍지도 않게 꼴등이다. 이미 많은 기업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한국 젊은이들에게 가장 좋은 직장으로 일컬어지는 삼성과 현대는 공장을 미국에 짓고 있다. 우리 돈과 기술로 미국 젊은이들에게 좋은 직장을 선물하고 있는 셈이다. 바보도 이런 바보가 없다.
더 놀라운 일이 있다. 꼴찌 국가에 1등 자치단체가 있다. 바로 신안군이다. 1025개의 섬으로 되어 있는 신안군은 태양광 발전에 진심이다. 수입금을 햇빛연금으로 군민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한 2021년 이후 인구도 늘어나고 있다. 18세 이하 아동에게는 햇빛아동수당이 나간다. 곧 해상풍력에 따른 바람연금도 모든 군민에게 연 600만 원씩 지급할 계획이다. 에너지, 기후위기, 지방소멸의 문제를 해와 바람으로 풀어내고 있는 신안군에 찬사를 보낸다.
이제 결정해야 한다. 석탄기 이전의 지구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에너지를 전환할 것인지. 시간이 많지 않다. 신안군에서 배우자. 중고등학교 수학여행을 천사의 섬, 신안으로 가볼 것을 강력히 권한다. 경치도 아름답다.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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