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장년층의 임시직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중 부동의 1위다. 정규직 직장에서 50세 안팎의 이른 나이에 은퇴한 후 기간제와 같은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정규직 중장년층을 기피하는 배경엔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동생산성과 무관하게 재직기간에 비례해 임금이 높아지는 체계가 지속되면서, 고용 비용을 줄이기 위해 조기퇴직을 유도하거나 중장년층의 정규직 채용을 망설이고 있다는 것이다.
16일 OECD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55~64세 임금근로자 중 임시고용 근로자의 비중은 34.42%로 나타났다. 이는 OECD 36개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2위인 일본(22.50%)과의 격차도 컸다. 3위인 칠레가 20.03%, 4위인 튀르키예가 13.74%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 중장년층의 고용 불안정성은 이례적으로 높은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55~64세 취업 경험자 중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 그만둘 당시 평균 연령은 49.4세였고, 이 가운데 임금근로자는 49.0세로 나타났다. 50세가 안 되는 이른 나이에 주된 직장에서 나와 대부분 한시적 근로(기간제), 시간제 근로, 파견 및 특수고용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중장년층이 질 낮은 일자리로 이동하고 있는 건 직무 분석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에 따르면 50대 이상 연령대에서 이직했을 때 연구원과 같은 분석 직무성향은 하락한 반면 자동차 운전원 등 신체 직무성향 일자리는 늘어났다.
문제는 이 같은 중장년층의 비정규직화가 생산성 감소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미국은 50대 이후에도 근로 연령과 함께 근속연수가 늘고, 분석 직무성향 수준도 비슷하게 유지됐다.
이런 차이는 한국의 고용시장의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증가 수준은 매우 가파르다. OECD에 따르면 근속연수가 10년에서 20년으로 증가할 때 임금상승률은 15.1%로 28개국 중 1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5.9%)의 약 3배 정도 임금 상승 속도가 빠른 셈이다. 여기에 강한 고용보호, 이른 정년이 결합해 정규직 보호수준을 강화하면서 중장년층의 고용 비용을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이를 두고 “일부 재직자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비용을 구직자 전반이 부담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이에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통해 정규직 임금의 연공성을 완화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일정기간 이후로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상승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직무와 성과에 따른 임금상승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기업 및 산업 단위의 노사정 협의를 통해 직무 분석, 보상의 인프라 구축을 마무리 한 뒤 이 모델을 민간기업으로 확산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와 함께 기간제 등 사용 기간에 따라 전별금을 부과하되 정규직 전환시 이를 면제하는 등 비정규직 보호 수준을 현재보다 높여야 한다는 권고도 나온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