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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그로브는 열대나 아열대 해변에서 자라는 나무다. 어류나 동물들에게 갈퀴 모양의 맹그로브 뿌리는 생존의 근거지이자 피난처다. 인간에게도 맹그로브숲은 유용하다. 공기정화장치처럼 탄소를 가두고 산소를 뿜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오염된 강물을 정화하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전쟁터로 바뀌면 상황은 달라진다. 베트남전 당시 미군에게 맹그로브숲은 악몽이었다. 덥고 습한 데다 맹그로브 뿌리 너머에서 베트콩은 유령처럼 공격해왔다. 그래서 택한 것이 고엽제로 말려 죽이고 네이팜탄으로 불태우는 전술이었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1979년)은 베트남전이 배경이다. 단테의 ‘신곡’처럼 영화는 광기의 지옥도를 단계별로 그려낸다. 첫 장면에 리하르트 바그너의 ‘발퀴레의 기행’이 장엄하게 울려 퍼지며 UH-1H 헬기가 어지러이 날아다닌다. 그 뒤로 네이팜탄이 투하되고 정글은 순식간에 불바다로 변한다. “난 아침의 네이팜 냄새가 좋아. 그 휘발유 냄새는…, 승리의 향기지”라던 킬 고어 중령(로버트 듀발)의 섬뜩한 독백은 소름 끼칠 정도다. 그렇게 영화는 우리가 발견하고 싶지 않은 진실, 전쟁의 추악함을 들춰낸다.

네이팜탄은 1945년 미국의 도쿄 대공습 때 등장했다. 6·25전쟁을 거쳐 베트남전 때 본격 사용됐다. 가장 잔혹한 살상무기로 통한다. 1972년 6월, 미군의 네이팜탄에 화상을 입은 채 도로에서 알몸으로 울부짖는 소녀가 종군기자 닉 우트의 카메라에 잡혔다. 이 사진이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은 ‘전쟁의 테러’이다.

드론이 나무 위로 붉은색 불꽃을 뿌리며 낮게 날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 장면이다. 마치 용이 불을 뿜는 것처럼 보여 ‘드래건 드론’으로 이름 붙여졌다. 미국 CNN방송은 드론이 뿜는 불꽃이 금속을 녹인 쇳물이라고 설명했다. 이 쇳물은 알루미늄 가루와 산화철을 녹인 테르밋이라는 혼합물이다. 폭발성 물질은 아니지만 화학 반응을 통해 섭씨 기준 2200도까지 뜨거워진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NGO 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테르밋과 같은 인화성 무기는 화상 피해 말고도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한다고 경고했다. 네이팜탄의 베트남처럼 우크라이나에서도 ‘테르밋 비극’이 재현될 조짐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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