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척 병원 못가고 이동 ‘의식 불명’
버스 치인 70대도 16곳서 “못받아”
4시간30분 만에 강원도에서 치료
군의관 응급실 파견 시작부터 삐걱
이대목동 3명 “부적합” 복귀 조치
강원대병원 5명중 4명 출근 안해
정부 “응급실 전담 공무원 배치”
전공의 이탈 여파로 전국 응급실 위기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응급실 이송 거부 등으로 응급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여대생이 지척에 있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의식 불명 사태에 빠졌고, 충북 청주시에선 오토바이를 탄 70대가 대형버스에 치여 크게 다쳤지만 충북, 대전, 충남, 경북 등지 병원 16곳으로부터 이송을 거부당한 끝에 사고 발생 4시간30여분 만에야 강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5일 광주 동부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40분쯤 광주 조선대학교 체육대학 인근 공원에 대학생 A(20)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환경미화원이 발견해 신고했다. 발견 당시 A씨는 심정지 상태였다. 현장에 출동한 119구급대는 100m가량 떨어진 조선대병원 응급실에 심정지 환자 이송을 문의했지만, 수용 불가 답변이 돌아왔다. A씨는 결국 8분 거리에 있는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치료를 받은 A씨의 맥박과 호흡은 돌아왔지만, 의식불명 상태다. 병원 측은 “당시 의료진 2명은 각각 응급 수술과 환자 처치를 하던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전날 오후 9시쯤 청주시 오창읍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70대 B씨가 대형 버스에 치였다. 당시 B씨는 의식이 있었으나 하반신과 장기 등을 크게 다쳐 출혈 등으로 위험한 상태였다. 구급대는 충북대병원 등에 이송을 요청했지만 대부분 “마취 전문의가 다른 수술을 하고 있다”거나 “전문의가 없다” 등 이유로 이송을 거부했다. 결국 종합병원인 청주 효성병원에서 사고 40여분 만에 수혈 등 응급조처를 받았지만 전문 치료가 필요해 다른 병원을 찾아야 했다.
119구급대는 청주와 대전, 충남, 경북 등지 병원에 수용 의사를 물었으나 모두 “의료진이 없다” 등의 이유로 전원을 거부했다. 다행히 강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이 수용 의사를 밝혔고, B씨는 120여㎞를 이동해 사고 발생 4시간30여분 만인 이날 오전 1시34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정부는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추석명절 비상응급 대응주간’ 2주 동안 전국 409개 응급실에 전담책임관을 지정·운영해 연휴기간에 발생할 특이상황에 대응할 방침이다. 이날부터 25일까지 3주 동안 각 지방자치단체에 지자체장을 반장으로 한 ‘비상의료관리상황반’을 설치·운영한다. ‘추석명절 비상응급 대응주간’인 11∼25일엔 진료차질이 예상되는 25개 응급실에 복지부 전담책임관을, 384개 응급실은 행안부를 통해 지자체 공무원을 파견해 관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파견된 군의관들이 응급실에 적합하지 않아 복귀 조치되는 등 파행을 거듭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전날 군의관 15명을 비상 운영 중인 충북대병원(2명), 아주대병원(3명) 등에 우선 배치했는데, 이대목동병원이 군의관 3명에 대해 ‘응급실 근무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복귀 조치했고, 세종충남대병원도 같은 이유로 군의관 교체를 요청했다. 강원대병원에 파견된 군의관 5명 중 4명은 첫날 출근하지 않았다. 정부는 9일까지 총 250명의 군의관을 전국병원 응급실에 파견할 계획인데, 이들 중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8명뿐이라 파행이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파견 군의관의 업무 범위 등을 국방부·병원과 조정해 문제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급 비서관을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있는 17개 시·도에 파견해 응급실 상황을 점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비공개로 만나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를 재차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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