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주민 “손자, 고령 할머니 돌보려고 다니던 직장도 그만둬”
불이 난 3층 상가 건물에서 거동이 불편한 90대 할머니를 안고 뛰어내린 30대 손자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안식처를 삼킨 화마를 피해 탈출에 성공했지만, 연기를 많이 마신 고령의 할머니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숨졌기 때문이다.
4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새벽 6시30분쯤 수원시 권선구 3층짜리 상가 건물 3층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해당 층에 거주하던 90대 A씨와 30대 B씨가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집에서 불이 나자 B씨는 할머니를 안고 안방 창문을 통해 건물에 붙은 2층 높이의 패널 지붕 위로 뛰어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지붕 위로 떨어진 할머니는 의식 저하 상태로 구조됐으며, B씨는 상반신에 2도 화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두 사람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치료받던 고령의 A씨는 이날 정오쯤 결국 사망했다.
불이 난 건물은 1층 사무실, 2층 교회, 3층 주택으로 이뤄졌다. 3층에는 거동이 불편한 95세 할머니와 30대 남성 A씨가 살고 있었다.
이곳에서 난 불은 삽시간에 온 집안을 태울 만큼 거세게 옮겨붙었다. B씨는 할머니와 함께 현관으로 탈출하려 했으나, 연기 등으로 대피가 어려워지자 안방 창문을 통해 아래로 뛰어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패널 지붕 위로 떨어진 B씨는 우선 할머니를 지붕 위에 남겨두고 홀로 지상으로 내려와 119 신고를 시도했다. 이후 패널 지붕 위에 있던 A씨는 소방대원들에 의해 구조됐다.
이웃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까지 직장을 다녔던 B씨는 할머니가 고령으로 인해 인지 기능이 떨어지고 거동이 힘들어지자 할머니를 보살피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불이 났을 당시에도 B씨는 할머니와 같은 방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현재 서울 영등포국의 한 화상 전문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이날 소방당국은 이웃 주민들로부터 ‘3층에 연기가 보인다’는 신고를 접수한 뒤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펌프차 등 장비 32대와 소방대원 등 인력 96명을 동원해 불이 난지 30여분 만인 이날 오전 7시7분쯤 불을 완전히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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