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건폭 발언·윤석열차 등
윤석열 대통령 관련 질문에 답 회피
‘인권 독립기구 수장에 부적합’ 비판
천하람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나”
윤건영 “비겁하다… 답할 책무 있다”
추미애 “정권 눈치 보기 너무 심해”
“후보자 입장에서 답변드리는 게 부적절한 것 같습니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3일 진행된 국회 운영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이같이 답변을 회피한 질문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인권 가치에 부합하느냐고 묻는 질문들이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독립된 인권전담 국가기구로서 행정부의 차별 행위, 인권 침해 정책에 시정 및 권고 조치를 하며 소수자 권리 보장의 최후 보루 역할을 해야 한다. 현 정부와 관련한 질문에 답변을 회피하는 안 후보의 태도를 두고 인권위원장에 부적합한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은 인사청문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일제하에서 발생한 중대한 인권 침해 문제”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윤석열정부의 노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물었다. 안 후보자는 “윤 정부에서도 안타깝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천 의원이 “대통령이 안타깝게 생각하는 역할인가. (윤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시도했느냐”고 묻자, 안 후보자는 “그냥 거기에서 제가 답변을 마치겠다”고 말했다. 천 의원이 “답변을 마치시다니요”라며 당황해하자, 안 후보자는 그제야 “제3자를 통해 어떤 재단이나 뭘 만들어서 보상하는 방법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안 후보자는 천 의원이 ‘일본의 공식사과와 배상조치를 위한 외교적 조치를 촉구한 인권위의 요구가 잘 이행됐느냐’고 묻자 “후보자 입장에서 그것에 대해 지금 답변드리는 게 부적절한 것 같다”며 또다시 말을 아꼈다.
안 후보자가 이어진 질의에도 “명백하게 답변을 못 드리는 것을 양해해 달라”, “의원님 말씀 유념하겠다”며 답을 피하자 천 의원은 답답한 듯 한숨을 푹 쉬었다. 천 의원은 “안 후보자가 보여주는 태도가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태도인가”라고 따졌다.
이 같은 장면은 야당 의원들이 안 후보자에게 윤 대통령에 관해 물을 때마다 반복됐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윤 대통령의 ‘건폭(건설 현장 폭력)’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 단속을 하겠다는 국무회의 발언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고 질의했다. 안 후보자는 “인권위원장 후보로서 이 부분에 대해서 답변 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윤 의원은 “정말 비겁하다”며 “인권위는 독립기관이고 대통령이 반인권적인 발언을 하면 답을 해야 할 책무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영상을 짜깁기해 인터넷에 올린 풍자 영상을 여당이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고, 대통령실이 강력 대응할 방침을 밝힌 것, 영상 제작 및 공유한 사람을 9명까지 찾아내고 집까지 압수수색한 것은 검열이고, 표현의 자유 침해 아니냐”고 물은 질문에도 안 후보자는 “공직 후보자이기 때문에 답변이 곤란한 것을 양해해 달라”고 했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이어서 “차별금지법에 공산주의 혁명을 운운하고, 소신이 그렇게 중요하다면서 권력자에겐 한 말씀도 못 하시냐. 권력자 눈치 보기 아니냐”고 하자 “현안은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위원장이 되면 유념해서 업무를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정권 눈치 보기가 너무 심하다. 인권위는 권력으로부터 국민의 인권을 사수해주는 자리”라며 “중요한 사안에 대해 특히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정치 논란거리라고 생각하는지 답변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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