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센서도 2위 선전… 집권연정 참패
가디언 “동·서독간 심화된 갈등 영향”
조기총선 요구하는 목소리 커질 듯
독일에서 1945년 나치가 패망한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극우정당이 승리를 거뒀다. 유럽에 부는 극우 돌풍이 독일에서도 재확인된 모습이다.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치러진 옛 동독 지역 튀링겐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득표율 32.8%로, 2013년 창당 이후 처음으로 제1당에 올랐다. 중도우파 성향 기독민주당(CDU)은 23.6로 2위, 급진좌파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이 15.8로 3위를 차지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SPD)은 6.1, 녹색당 3.2, 자유민주당(FDP) 1.1 등 연방정부를 구성하는 신호등 연정 참여 정당들은 모두 한 자릿수 득표율에 머물며 참패했다. AfD는 이날 함께 치러진 작센 주의회 선거에서도 30.6를 얻어 2위로 선전했다. 이 지역에서는 CDU가 득표율 31.9로 1위를 차지했고, BSW가 11.8로 3위를 했다. 숄츠 총리의 SPD는 7.3%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동독에 속했던 튀링겐과 작센은 경제적으로 낙후되고 반이민 정서가 강해 진보성향이 짙은 신호등 연정 지지율이 낮고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AfD가 득세하고 있다. 특히 튀링겐 AfD 대표인 비외른 회케는 신나치를 연상시키는 선동적 언사를 보여 독일의 대표적 극우 정치인으로 꼽힌다. 나치 옹호 등에도 이들이 주류 정치에 입성할 만큼 세력을 불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통일 후 30여년이 흘렀는데도 깊어져온 동·서독의 갈등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독과 서독에서 극우정당에 대한 지지도에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로는 높은 물가상승률과 경기침체, 에너지 가격 상승 등에 대한 동독 유권자의 불만도 작용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선거 결과에 대해 독일 동부와 서부 지역이 더욱더 멀어지는 모습을 그려냈다고 분석했다.
AfD가 신호등 연정에 대한 불만과 극우 바람을 타고 약진하긴 했지만 튀링겐과 작센에서 주정부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다. 독일 기성 정치권을 대표하는 SPD와 CDU를 비롯한 대부분 정당은 AfD와 협력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헌법수호청은 튀링겐·작센 지역 AfD를 우익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해 합법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숄츠 총리는 이날 로이터통신에 보낸 성명을 통해 “작센과 튀링겐에서 AfD가 거둔 결과는 우려스럽다”며 “AfD는 경제를 약화하고 사회를 분열시키며 우리나라의 평판을 망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번 지방선거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연정을 평가하는 시험대로 여겨졌다는 점에서 조기총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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