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에 첫 올림픽 무대 밟아
최고참 불구 후배들에 방 양보
단체전 1번 나서 시간도 벌어줘
정의선 회장, 직접 감사 뜻 전해
전, 개인전 4위에도 “후회 없죠”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후배들을 살뜰히 챙겨 대한민국 여자 양궁 대표팀을 금빛 질주로 이끈 ‘맏언니’ 전훈영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4일 대한양궁협회 등에 따르면 전훈영은 30세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올림픽에 처음 출전했다.

그의 올림픽 데뷔 무대로 예정된 곳은 원래 4년 전 도쿄 올림픽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올림픽이 1년 뒤로 밀리며, 다시 실시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그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다.
2014년 세계대학선수권대회 2관왕 이후 국제 대회 수상 이력이 없던 전훈영은 올해 4월 국가대표 선수단에 선발됐다. 같이 뽑힌 임시현(21), 남수현(19)과는 10살 안팎 터울이 나는 언니였다. 모두 올림픽은 첫 출전이었다.
전훈영은 나이순으로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내려놓았다. 파리에서 선수단 숙소가 2인 1실로 돼 있어 누군가 한 명은 다른 종목 선수와 같은 방을 써야 했을 때도 그는 후배들을 배려해 자청해서 탁구 선수와 방을 함께 쓰겠다고 했다.
코치진은 “‘타 종목 선수와 열흘 넘게 있는 게 괜찮겠냐’고 묻자 전훈영이 ‘동생들이 편하게 지내면 나도 좋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단체전 경기에서도 활을 빠르게 쏘는 그가 단체전 1번 주자로 나서 동생들의 시간을 벌어줬다. 세트당 120초가 주어지는데, 첫 주자가 활을 빨리 쏘면 다음 선수는 그만큼 여유를 갖는다. 지난달 28일 중국과의 여자 단체 결승전에선 전훈영이 5차례 10점을 쏘며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전훈영의 배려와 활약 덕분에 여자 양궁 대표팀은 단체전 10연패뿐 아니라 혼성전, 개인전까지 여자 선수들이 출전한 모든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다.
전날 개인전이 끝난 직후 대한양궁협회장 겸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전훈영을 찾아 격려했다.
비록 개인전 메달은 획득하지 못했지만, 대회 기간 내내 후배 선수들을 다독이고 이끈 전훈영에게 정 회장은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전훈영은 취재진과의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양궁 대표팀을 향한 많은 걱정과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전 종목에서 금메달 3개를 땄다”며 “준비하는 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해서 후회는 없다. 후련한 마음이 제일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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