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진출입 교통 인프라 확충
과세 정책 개편 수요 분산 유도
집값 상승 근본원인 해결 시급
서울 주택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수도권 주택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은 가계부채를 늘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지연시킬 뿐만 아니라 주거비용을 높여 임금을 인상시키고 부의 불평등을 심화한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정책당국은 다양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주택가격 상승의 원인을 해소하지 못해 가격안정에 실패했다. 정책당국의 올바른 대책 수립이 절실하다.
최근 주택가격의 상승 원인은 먼저 건축원가 상승으로 분양가가 높아지고 있고 재건축을 통한 서울 주택공급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보다 환율이 40%까지 높아지면서 철근과 시멘트 가격은 50% 이상 올랐으며 인건비도 오르면서 건축비용이 비싸져 분양가가 높아지고 있다. 분양가 상승은 기존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어 주택 매입수요 또한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재건축을 통한 서울 주택공급이 줄어드는 것도 원인이다. 건축비용 상승으로 재건축 분담금이 크게 오르면서 앞으로 선진국과 같이 재건축이 어려워져 서울 주택공급이 줄어들면서 전세와 매매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또 다른 원인은 미흡한 교통인프라 때문이다. 서울 주택가격이 높은 것은 교통이 편리하고 교육과 유통 인프라로 살기가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 주택공급은 한계가 있어 결국 수도권에서 공급이 늘어나 가격을 안정시켜야 하는데 문제는 아무리 수도권 주택공급을 늘려도 교통인프라가 열악하면 서울 주택 수요가 더욱 늘어나 가격안정에 실패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주택이 교통인프라가 결합되어야 그 역할을 하는 결합재의 특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수도권 신도시에 주택공급만 늘렸고 직장이 있는 서울까지의 교통인프라는 확충하지 않았다. 그 결과 서울로 진입하는 데만 막대한 시간이 소요되면서 서울 주택 수요가 늘어나고 결국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높아지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택 관련 과세제도도 서울 주택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다. 현행 세제는 1가구 1주택에 대해 보유세와 양도소득세에 큰 혜택을 주고 있다. 세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장기보유 시 종합부동산세는 최고 90%까지 감면해 주고, 양도소득세는 양도차익의 규모에 상관없이 최고 80%까지 공제해 주고 있다. 1주택자에게 이러한 혜택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초고가 주택이나 양도차익이 지나치게 큰 주택에 과도한 혜택을 주는 것은 공정과세에 반한다. 그리고 가격상승 가능성이 큰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를 늘어나게 해 서울 주택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된다.
이렇게 보면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서울 주택 수요를 줄이거나 분산시키는 정책이 중요하다. 서울 주택가격이 오르면 대체관계에 있는 수도권 가격이 오르고 시차를 두고 지방주택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서울 주택 수요를 줄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도권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교통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다.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들 것이 예상되는 지금 건설비용이 많이 드는 고심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확대하는 것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보다는 지상철이나 지금 병목현상으로 교통체증이 가중되는 수도권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터널과 교량 등의 교통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미국 워싱턴, 뉴욕과 같이 출퇴근 시간에 기존의 철도나 지하철을 급행으로 운행하는 방법도 검토해볼 만하다. 수도권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교통인프라가 확충될 경우 서울 주택 수요가 감소하고 또한 분산되면서 주택가격은 안정될 수 있다. 1주택자에 대한 감세와 양도차익에 대한 공제 혜택도 주택가격과 양도차익의 규모에 따라 차등화해 서울 주택 수요를 줄이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
주택가격은 수요와 공급과 같은 미시적 요인 외에 금리정책과 같은 거시경제정책에 의해서도 큰 영향을 받는다. 최근 주택가격이 오르는 배경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도권에서 서울진입 시 교통인프라 미흡과 잘못된 과세제도 또한 깊은 연관이 있다. 정책당국은 주택 관련 세제를 개편하고 서울진입 교통인프라를 확충해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해 주택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