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제도는 신분이 보장된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을 포함한 국무위원, 판·검사 등 일반적인 징계로는 처벌하기 어려운 공무원에 대해 입법부가 쓸 수 있는 사실상 최후의 처벌 수단이다. 탄핵의 최종 목표가 대상자의 파면인 만큼 그 절차를 밟는 과정 역시 엄격한 법적 요건을 갖춰야 한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각국이 탄핵 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미국·영국·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 실제 탄핵까지 이어진 사례를 찾기는 어렵다.

14일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탄핵 제도의 기원이라 할 영국에서는 1376∼1806년 탄핵 사례가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탄핵 사건이 없었다. 독일의 경우 탄핵 대상이 대통령과 판사로 제한돼 있다. 다만 탄핵 절차보다는 정치적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는 경우가 있었다. 크리스티안 불프 전 대통령이 금전 문제에 휘말려 2012년 사임했다. 이후 본인이 검찰의 약식 기소 방침에 반발해 정식 공판에 임했고 무죄를 선고받았다.
미국에선 대통령 탄핵 시도가 번번이 무산됐다. 앤드루 존슨 전 대통령은 1868년 공직자 임기법을 어기고 국방장관을 해임한 이유로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으나 상원에서 기각됐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경우 1998년 성 추문 관련 위증 및 사법방해 사유로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됐지만 연방 대법원장 주재 상원 탄핵심판에서 기각됐다.
미국 차기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탄핵 위기를 두 차례 겪었다. 1차 탄핵안은 2019년 권한남용 및 의회방해 사유로 발의돼 하원을 통과했으나 상원에서 기각됐다. 2차 탄핵안은 이듬해 그가 재선에 실패한 뒤 대선 불복 발언으로 의사당 난입 사건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과 함께 발의됐지만 결과는 기각이었다.
이처럼 주요국들이 탄핵 절차에 신중한 이유는 탄핵 제도가 행사되는 것 자체가 자국 정치 시스템의 불안정을 드러내는 일이어서 득보다 실이 크다고 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주요국과 달리 브라질, 파라과이 등 남미 국가들에서 탄핵 사례가 다수 발견된다. 페루는 2020년 반부패 의회 개혁 움직임에 반발한 의원들이 일주일 새 대통령을 두 번 바꾼 사례도 있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는 “후진국들에서 탄핵 사례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니 우리도 그래도 된다고 말할 순 없다. 우리는 서구의 선진국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며 “선진국에서 우리처럼 탄핵 제도를 남용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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